부서진, 아름다운 삶

더듬이
2025-08-07 21:50
몇 해 전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고통스런 날이 이어졌다. 어머니, 형, 그리고 나는 끝없이 울부짖었다. 전에 느껴본 적 없는 극도의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사흘 후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나는 인스타를 스크롤하며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갑자기 집이 조용해졌다. 아무도 울고 있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우리 세 사람 모두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모든 감정이 일시정지된 듯했다.

나는 평생 기술 분야에서 일해왔다. 그래서 모든 사실을 안다: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있으며, 도박 같은 영향을 뇌에 미칠 수 있고, 인터넷은 우리의 주의와 쾌락 중추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기술이 얼마나 강력한지 정확히 깨달은 것은 스마트폰이 우리 가족의 슬픔마저 삼켜버렸을 때였다. 솔직히, 그 순간 슬픔을 멈출 수 있었던 것은 좋았다.

기술 산업을 미워하기는 쉽다-변덕스런 CEO들, 편향된 알고리즘, 환경 파괴. 하지만 그 밑에는 저널리즘이나 교육, 예술 대신 기술 분야에서 일하게 된 거대하고 다양한 노동력이 있다. 이들이 그 길을 택한 건 급여와 의료 보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소셜 미디어, 비디오 게임, 가상 현실 등 수많은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숨는 곳에서 살아간다. 그 화려한 표면이 금 가기 시작할 때 비로소 우리는 그 아래에 숨겨진 것을 엿볼 수 있다.

자신으로부터 숨을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일하는 날이 끝나기 전까지, 좋아하는 쇼가 끝나기 전까지, 피드의 콘텐츠가 소진되기 전까지, 그리고 디지털 파도가 물러가고 남은 거라곤 부서진, 아름다운 삶뿐일 때까지.

/해외도서 북 리뷰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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