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날을 기다리며

대학생이 되고 얼마 있지 않아 처음으로 뮤지컬을 본 게 <캣츠>였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이 손주들을 위해 쓴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의 시들을 각색한 것이다.
그 후 한동안 내한 뮤지컬 공연은 다 찾아 보기도 했고, 진작에 나도 뮤지컬 감독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암튼 그때 내가 본 것은 영국의 오리지널 공연팀이 내한해서 예술의 전당에서 선보인 라이선스 초연이었는데, 그만큼 가격도 무척이나 비쌌다. 하지만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그전까지 몰랐던 공연 문화에 눈을 뜨게 해주었으니까.
극이 시작되고 얼마 있지 않아 객석에서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들이 제각각 기어서 등장을 해서 깜짝 놀랐고 그런 도입부에 다들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음악도 안무도 전반적으로 대단히 역동적인데, 그 중 비감 어린 발라드풍의 솔로곡이 하나 나온다. 지금도 다른 곡은 별 기억이 없는데, 이 곡만큼은 가끔 일부러 여러 버전으로 듣곤 한다.
나이 든 고양이 그리자벨라가 지난날 아름다웠던 자신의 영화를 떠올리고 다시 한번 희망을 되살려 보려는 노래다.
여러 가수의 버전 중에서도 나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의 곡을 가장 좋아한다.
오늘 문득 그 노래가 듣고 싶어졌다. 왜 그런지는 상상에 맡긴다.
그 중 가사 일부(아래)를 필사까지 했다.

Memory, all alone in the moonlight
달빛 아래 외톨이가 되어, 떠올리는 추억
I can smile of the old days
지난 날들 생각하면 난 미소지을 수 있어
I was beautiful then
그때 난 아름다웠지
I remember the time I knew what happiness was
행복이 무엇인지 알았던 그때를 난 기억해
Let the memory live again
그 기억을 다시 살 수 있다면

Every streetlamp seems to beat
모든 가로등이 요동치며
A fatalistic warning
운명적인 경고를 하는 것 같아
Someone mutters and the street lamp gutters
누군가 중얼대고 가로등은 깜박거리네
And soon
이제 머지않아
It will be morning
아침이 되고

Daylight
햇살이 비칠 거야
I must wait for the sunrise
나는 해가 뜨길 기다려야 해
I must think of a new life
새로운 삶을 생각해야 해
And I mustn't give in
포기해선 안 돼
When the dawn comes
동이 트면
Tonight will be a memory too
오늘 밤 또한 추억이 되고
And a new day will begin
새로운 날이 시작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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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힘들 때는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 떠오를 내일의 해를 기다리며
새로운 날의 시작을 준비하는 거다.
힘을 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