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마주이의 시선

더듬이
2025-08-20 07:14
좋은 작가는 넝마주의다. 버려진 것에서 쉽게 버려선 안 될 것, 버려진 것 중에서도 구제받을 만한 것을 그러모은다.

세상이 따분하게 느껴진다면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아서다. 반복되는 일이, 일상이 제대로 된 주의, 삶에 필요한 따뜻한 사랑의 주의를 기울이는 법을 몰아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의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다. 제대로 된 주의를 기울이면 세상은 다시 빛을 얻어 반짝인다. 아니 그전까지도 반짝이고 있던 걸 내가 눈이 혼탁해 보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다. 글쓰기는 먼지와 얼룩이 끼어 제 빛을 잃은 세상의 모든 것을 다시 잘 닦아 제자리에 잘 보이도록 배치하는 일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사소한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것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주목하고 탐구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바로 자신의 글쓰기가 그런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랐다. 우리가 모두 경험하지만 흘려보내고 곧 잊어버리는 일상적인 순간들을 글로 포착하기를 바랐다. 그의 작품에서 특히 여성이 겪는 그런 반복적이고 평범한 경험을 살려내기 위해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쏟아부었다.“

울프는 ‘타인을 돌보는 것을 좋은 삶의 장애물로 보는 것을 그만두고,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의미 있는 삶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보는 것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썼다.

일상 생활의 가장 평범한 일조차 새로운 호기심과 흥미의 원천이 될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주의와 연결의 힘이고 그것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나오는 상상력이다. 그럴 때 요란하지 않고 들뜨지 않은 잔물결 같은 행복이 깃든다.

울프는 평범한 것들의 즐거움을 ‘보물’이라고 이름지었다. 우리가 식사를 하거나 다른 일상적인 일을 할 때, 전쟁의 영웅적인 이야기나 빙하로 덮인 산을 넘는 것만큼 화려하게 빛나지는 않을 수 있지만, 거기서도 삶의 반짝이는 순금 같은 것을 찾을 수 있다고 봤다.

우리 눈과 마음엔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장착돼 있다. 잘 쓰지 않을 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잘 못 쓰거나.

결국 일상의 반복되는 일이야말로 삶의 필수 요소이고 재료이기에. 구원도 거기에서부터 찾아야 한다. 자신의 일상에서 삶을 구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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