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소리

고요한
2025-09-11 21:49
해야 할 일을 마쳤다. 뒤이어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지만 일단 홀가분하다. 무언가를 매듭짓는 것은 일단 좋다. 마음의 짐을 더는 것이기에. 결과물도 걱정했던 만큼 나쁘진 않은 것 같다.
모처럼 바람도 쐴 겸 소풍 삼아 인사동에 왔다. 며칠 전부터 선물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뜻밖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분은 자신이 받은 선물에 감사해서 주는 작은 마음의 표시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받은 선물이 그저 감사할 뿐이고 무엇으로든 보답해야 할 텐데, 무엇으로 보답하면 좋을까, 문득 문득 생각에 잠기곤 했다. 이럴 때의 기분이 좋다.
요즘은 무슨 상품이든 종류별로 너무나 많이들 잘 나와 판매되고 있고 쉽게 살 수 있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가 어렵다. 인터넷 검색만 해도 웬만큼 원하는 것들은 거의 다 나온다. 그렇게 해서 적당한 게 눈에 띄면 주문과 결제 버튼을 클릭한다. 그러면 곧바로 집앞까지 배송될 것이고 나는 그걸 다시 택배로든 소포로든 부치면 된다.
하지만 이건 마치 자동으로 돌아가는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 위의 공정 같고 뭔가 해치워야 할 일을 처리하는 것 같아 영 마뜩잖다. 선물로 표시하고픈 마음이 제대로 담길 여지는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런 유의 감사 표시로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아마 상대의 계좌로 돈을 보내는 것,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송금일 것이다.

안국역에서 내려 골목길을 지나 인사동 거리로 들어와 선물 가게들을 구경삼아 차례로 들어가 이것저것 살펴봤다. 몇 가지를 마음속에 찍어 두고서도 좀 더 발품을 팔 요량으로 걷다보니 쌈짓길까지 왔다. 이곳에 수제품을 파는 공방 겸 매장이 있는 걸 예전에 봐 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손으로 만든 출입문 장식용 풍경이 마음에 들어 적당한 크기로 하나를 샀다. 받으실 분의 가게 출입구나 문지방에 이걸 달면 손님이 오갈 때나 방을 드나들 때 낭랑한 종소리가 울릴 것이다. 지금 내 마음도 기분 좋은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린다. 그분의 마음에도 가 닿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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