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뉴스에 마음도 타들어 가는 아침

더듬이
2025-03-27 10:06

결국 뉴스를 덮는 것은 또 다른 뉴스다.
내란과 탄핵, 헌재 심판 소동으로 연일 뉴스 홍수에 허우적대다가 이제는 산불 뉴스가 모든 걸 불태울 기세다.
몇 일째 피해 지역과 사상자는 늘어만 가고 진화에는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서부 해안에서 때마다 겪는 영화 같은 초대형 산불 장면을 화면으로 보면서도 그나마 남의 나라 이야기라서, 아직은 우리 이야기는 아니라서 내심 안도했던 게 스스로 부끄러울 지경이다.
AI이며 자율주행차며, 드론이며 평소 뉴스를 보면 최첨단 기술이 세상을 온통 뒤바꿔 놓을 것 같다가도, 또 스크린 속의 기기묘묘한 상품이며 서비스며, 마술 같은 장면들로 가득한 가상현실에 빠져 있다가도 이런 현실의 돌직구 같은 재난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자연의 호의만 기다리고 있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웃프고 웃프다.
나는 웃프다는 말로 지금의 안타까운 심정을 글로 표현하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공포와 비탄에 잠겨 있을 피해 주민이나 주변 사람들의 마음은 어떨까.
우리는 어느새 눈앞을 가리는 가상현실에 빠져 지내느라 주변의 물리적 현실에 대한 관심과 필요한 노력은 잊고 사는 건 아닐까.
신기술의 마법에 홀려, 그들의 현란한 광고와 선전에 주의를 빼앗겨 정작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에, 그러니까 우리가 발을 딛고 사는 이 지구에, 자연에, 하늘과 땅에, 산과 들에, 강과 바다에, 또 그곳에 어렵게 힘겹게 살아가는 인간과 다른 생명들에게는 필요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금의 모든 문제를 기술이 해결해 줄거라면서 앞만 보고 고속 질주하는 과정에서 무신경하게 망가뜨리고 있거나 희생당하는 것들을 언젠가는 회복할 수 있으려나. 그 자리는 무엇이 대신할까.
코로나가 덮쳤을 때도 사실은 더 크게 다가올 재앙의 사전 경고음이란 말이 많았다. 하지만, 인류는 수년 간 그 고통을 겪고도 상황이 수그러들자 곧, 마치 터널을 빠져오고 나서는 조금 전 어둠 속의 모든 일들은 까맣게 잊어버린 기차의 승객들처럼 그냥 예전에 살던 대로 그렇게 살아간다. 또 얼마나 더 큰 재난과 재해를 거쳐야 제대로 된 성찰과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날까.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남 얘기하듯 바깥의 누군가를 향해 힐난하고 반문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내 일이고 우리의 일이다.
그러니, 이 아침 장탄식만 하고 있을 게 아니다. 어떻게든 변화의 방향으로 향하는 삶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겠다고 또 한 번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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