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연결된 사람들

더듬이
2025-10-02 07:37
책은 연결자다. 생각과 생각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준다. 저자와 독자를 이어주고 독자와 독자도 이어준다.
책을 읽는 사람은 이중국적자다. 이들은 태어난 나라의 시민이면서, 책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나라의 숨은 시민이기도 하다.
그 사실을 책을 낼 때마다 실감한다. <읽지 못하는 사람의 미래>도 그렇다. 이 책이 매개가 되어 연결된 사람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연결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뤄질 때가 많다.
며칠 전 이메일이 왔다. 다큐멘터리 영화 감독인데, <읽지 못하는~>을 읽고서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년이 한글날 제정 100주년이어서 한글에 관한 다큐 영화를 제작하려는데, 준비 과정에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접하게 되었고, 다시 개인적으로 사서 읽었으며 추가로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수소문을 하면서 찾아 다녀도 만나기가 쉽지 않을 독자인데, 자발적으로 연락이 와서 찾아오겠다고 하니 이처럼 기쁘고 감사한 일이 없다. 꼭 하늘에 계신 마음 좋으신 분이 사람을 보내 주시면서 성심성의껏 잘 도와주라고 하시는 것만 같다. 네, 그럼요. 물론이고 말고요. 만나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다가 길어져 점심 식사까지 하고 헤어졌다.
마침 올 봄 (이 역시도 뜻밖의 일이었는데)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기획 전시를 앞두고 참여 의뢰가 와서 글을 한 편 써 준 후였다. 그래서 한글에 대한 책도 좀 읽고 생각도 묵혀 둔 것이 있던 터였다. 사실 한글박물관의 관계자 분도 책을 보고 연락을 해온 것 같았다. 나는 다큐 감독에게 한글박물관 관계자 연락처도 (물론 동의를 얻어) 알려주었다.
책을 통한 연결은 이렇게 이뤄지고, 우리의 보이지 않는 나라는 이렇게 국경을 유지하고 또 넓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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