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었다. 결혼식에 가본 것은.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주례는 없는 경우가 많고 (예전에는 결혼식의 주례가 이날 행사의 어떤 중심축처럼 여겨졌다. 보통은 결혼식을 앞두고 예식장을 잡는 것 못지않게 '번듯한' 주례를 모시는 게 큰일이었다. 대개는 신랑이나 신부의 은사 혹은 부모가 아는 유지나 명사(종교가 있다면 성직자)가 맡았지만, 이도 저도 안 되면, 마치 법정에서 국선 변호인을 내세우는 것처럼 예식장에서 전문 주례인(?)을 대신 마련해 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식의 소요 시간도 대개는 주례사의 길이에 좌우됐다. 자칫 주례 선생님이 자신의 일일 권위에 너무 심취해 박학다식을 과시하는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 경우가 왕왕 있어, 듣다 지친 하객들은 어느새 슬금슬금 식당으로 먼저 빠져나가 객석이 보기 흉하게 비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언젠가 하객 중에 나이 지긋하신 누군가가 주례 쪽을 향해 "아예 사서삼경을 다 읊어라"라는 핀잔을 날린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그땐 그랬다.)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하며 (예전엔 신랑이 먼저 보란 듯 입장해서 기다리고 있으면 신부 아버지가 딸의 손을 잡고 걸어 와 사위에게 넘겨주는(!) 수순으로 진행됐다. 맞다.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형식이다.) 결혼 서약도 신랑신부가 함께 공언한다고 들었다. (예전엔 주례가 신랑 신부를 향해 심문하듯 묻고 다짐을 받았다. 이때 신랑은 식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힘차게 답해야 했고, 반대로 신부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수줍게 답해야 했다. 여기서도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남녀의 태도에 관한 모범 답안은 재확인된다.)
이날 예식이 정확히 그랬다. 바뀌었다는 소문대로였다는 말이다.
예식 초반 정면 스크린으로 흐르던 신랑 신부의 성장 과정의 순간들을 압축해 담은 영상도 듣던 대로였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축가.
신랑의 절친 후배라는 사회자가 "우리 모두가 아는 유명 가수를 모셨다"고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신랑이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서 폭소가 터졌다. (사회자의 재치에 별 1개)
결혼식 전 입구에서 모델처럼 분을 바르고 차려 입은 멋진 신랑이 하객들을 맞아 인사를 하고, 아름답게 단장한 신부는 안쪽 대기실에서 못지않게 곱게 차려 입은 친구들과 웃음꽃을 피우는 장면, 신부의 조카라는 소녀가 화동으로 결혼반지를 작은 바구니에 담아 입장하는 깜찍한 장면, 식이 끝난 후 차례로 이어지는 기념 사진 활영, 곧이어 아랫층 뷔페 식당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갖가지 음식들을 즐기는 하객들, 잠시 후 장내 인사를 도는, 이제는 어엿한 부부로 변신한 신랑 신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게 더 많은 것 같았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한데 모여 얼굴을 보며 말로서 약속을 주고 받고 박수로 축하하고 기념하는 무언가를 남기고 잘 차린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모습들. 소액이나마 종이 봉투에 담고 겉에다 펜으로 축하의 말을 적을 때 내 기분도 예전의 진심 그대로였다.
세상 일이 그런 것 같다.
신기술에 의해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것 같아도, 요란한 광고와 미디어의 속보들 때문에 과장된 것들도 많다.
오래 존재해온 것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에 시간에 의한 마모를 견뎌낸 것이리라.
그것 위에 새로운 것이 더해지고 또 고쳐지고 다듬어지면서 연속성을 이어간다.
모든 것이 그렇다.
이날 일어난 모든 일들의 가장 중심에 깊이 자리 잡은 사랑 또한 그럴 것이다.
많이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주례는 없는 경우가 많고 (예전에는 결혼식의 주례가 이날 행사의 어떤 중심축처럼 여겨졌다. 보통은 결혼식을 앞두고 예식장을 잡는 것 못지않게 '번듯한' 주례를 모시는 게 큰일이었다. 대개는 신랑이나 신부의 은사 혹은 부모가 아는 유지나 명사(종교가 있다면 성직자)가 맡았지만, 이도 저도 안 되면, 마치 법정에서 국선 변호인을 내세우는 것처럼 예식장에서 전문 주례인(?)을 대신 마련해 주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결혼식의 소요 시간도 대개는 주례사의 길이에 좌우됐다. 자칫 주례 선생님이 자신의 일일 권위에 너무 심취해 박학다식을 과시하는 일장 훈시를 늘어놓는 경우가 왕왕 있어, 듣다 지친 하객들은 어느새 슬금슬금 식당으로 먼저 빠져나가 객석이 보기 흉하게 비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언젠가 하객 중에 나이 지긋하신 누군가가 주례 쪽을 향해 "아예 사서삼경을 다 읊어라"라는 핀잔을 날린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 그땐 그랬다.) 신랑신부가 함께 입장하며 (예전엔 신랑이 먼저 보란 듯 입장해서 기다리고 있으면 신부 아버지가 딸의 손을 잡고 걸어 와 사위에게 넘겨주는(!) 수순으로 진행됐다. 맞다. 전형적인 가부장제의 형식이다.) 결혼 서약도 신랑신부가 함께 공언한다고 들었다. (예전엔 주례가 신랑 신부를 향해 심문하듯 묻고 다짐을 받았다. 이때 신랑은 식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힘차게 답해야 했고, 반대로 신부는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수줍게 답해야 했다. 여기서도 가부장제가 요구하는 남녀의 태도에 관한 모범 답안은 재확인된다.)
이날 예식이 정확히 그랬다. 바뀌었다는 소문대로였다는 말이다.
예식 초반 정면 스크린으로 흐르던 신랑 신부의 성장 과정의 순간들을 압축해 담은 영상도 듣던 대로였고.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축가.
신랑의 절친 후배라는 사회자가 "우리 모두가 아는 유명 가수를 모셨다"고 하길래, 누군가 했더니 신랑이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서 폭소가 터졌다. (사회자의 재치에 별 1개)
결혼식 전 입구에서 모델처럼 분을 바르고 차려 입은 멋진 신랑이 하객들을 맞아 인사를 하고, 아름답게 단장한 신부는 안쪽 대기실에서 못지않게 곱게 차려 입은 친구들과 웃음꽃을 피우는 장면, 신부의 조카라는 소녀가 화동으로 결혼반지를 작은 바구니에 담아 입장하는 깜찍한 장면, 식이 끝난 후 차례로 이어지는 기념 사진 활영, 곧이어 아랫층 뷔페 식당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갖가지 음식들을 즐기는 하객들, 잠시 후 장내 인사를 도는, 이제는 어엿한 부부로 변신한 신랑 신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게 더 많은 것 같았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한데 모여 얼굴을 보며 말로서 약속을 주고 받고 박수로 축하하고 기념하는 무언가를 남기고 잘 차린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모습들. 소액이나마 종이 봉투에 담고 겉에다 펜으로 축하의 말을 적을 때 내 기분도 예전의 진심 그대로였다.
세상 일이 그런 것 같다.
신기술에 의해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 가는 것 같아도, 요란한 광고와 미디어의 속보들 때문에 과장된 것들도 많다.
오래 존재해온 것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에 시간에 의한 마모를 견뎌낸 것이리라.
그것 위에 새로운 것이 더해지고 또 고쳐지고 다듬어지면서 연속성을 이어간다.
모든 것이 그렇다.
이날 일어난 모든 일들의 가장 중심에 깊이 자리 잡은 사랑 또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