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살의 유래

더듬이
2025-04-02 16:29

오늘은 갈매기살에 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내가 아는 갈매기는 바다의 갈매기가 유일한데, 분명 갈매기도 아니고 돼지고기의 특수 부위임에 분명한 것이 어찌해서 '갈매기살'이라고 불리는가. 뭔가 이름에 얽힌 숨은 사연이 있음에 틀림없겠다 싶어 어느 날 여기저기를 뒤져봤다.
기록에 따르면 이 작명 뒤엔 슬픈 혹은 보기에 따라선 아주 기특한 일화가 전해져 온다고 한다. 그러니까 고려시대 몽골이 쳐들어왔을 때였다. 이 대륙의 오랑캐가 단숨에 한양을 넘고 충주를 지나 부산포까지 치고 내려 왔는데 이때 보급로 차단으로 굶주린 몽골 기마부대의 한 병사가 대륙에선 보지 못했던 토실토실한 하얀 갈매기가 머리 위로 떼지어 날아다니는 걸 처음 보고 활로 쏘아 잡아서는 투구로 끓인 물에 익혀 먹어도 보고(샤브샤브의 기원) 또 쇠방패 위에 구워도 먹어보곤(불판구이의 기원) 하다 그 맛에 홀딱 반해 급기야 몽골에까지 널리 알려졌고 칸도 이 맛에 반했다고 한다. 그 후 몽골은 고려와 강화 조약을 맺고 왕족과 수많은 백성을 인질로 잡아 간 후에도 고려에 지속적으로 공물을 요구했는데, 그 맛을 잊지 못한 부산 갈매기살도 목록에 꼭 포함시켰다고 한다. 고려왕은 하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하다 하다 급기야 부산의 갈매기 씨가 다 마를 지경에 이르렀는데, 한 신하가 꾀를 짜냈다. 당시 소고기에 비해 높게 치지 않았던 돼지고기 중에서도 양반들은 잘 먹지 않고 버리던 부위의 살을 갈매기 고기 살인 것처럼 보기 좋게 썰어 몽골에 보내주자고 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겠다 싶어 그렇게 했고, 그랬더니 고기 맛을 제대로 구분을 못했거나 그새 더 맛있어졌다고 생각한 칸이 “역시 부산 갈매기”라고 극찬을 하며 고려를 더 심하게는 괴롭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뒤로 이 부위의 살은 전란 때 애꿎게 목숨을 잃은 부산 갈매기를 기려 백정들 사이에서 갈매기살이라 불리며 두고두고 서민들의 사랑받게 되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三國詐記) 부록에 희미한 필체로 전해져 온다고 한다.

우리가 아는 숱한 민담과 설화, 구전 이야기들도 기본적으로는 이렇게 약간의 사실과 그보다 더 많은 상상력이 더해지고 더해지고 또 더해져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가는 것이 아닐까. 더해지고 또 더해진다고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이야기나 마구 더해지진 않는다. 이 점이 중요하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수용되고 퍼져 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대목이 더해지고 누락되고 수정되는 것은 다수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구전 이야기는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일종의 민주적 투표 기제가 작동한다. 누구나 이야기에 새로운 이야기를 더할 수는 있지만 다수의 지지를 받았을 때에만 생명을 이어 갈 수 있다. 그렇게 보면 구전 문화에는 문자 문화, 특히 활자 문화에 비해 훠씬 민주적이고 민중적인 면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 모든 이야기가 챗GPT에 의해 학습되고 편집되고 ‘확정’되어 사람들이 그것에만 의지한다면 이야기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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