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미지의 물고기
2025-04-07 01:13
작년 이었다. 차를 몰고 제주도 해안가를 달리던 중 안쪽으로 들어가는 찻길이 나있어서 그대로 들어갔다. 미지의 장소는 항상 궁금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거기는 해양 파출소를 비롯한 건물이 1~2 개 있었고 중간에는 크게 바닷물을 가둬놓은 형태였다. 위에서 보면 마치 일그러진 도넛처럼 보일 것이다. 가둬진 바다 호수를 바라보았는데 수면에 큰 물고기들이 보였다. 나는 즉시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수십 아니 수백 마리의 돌돔이 보였다. 강이든 바다든 물만 보이면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 노력하는 내겐 정말 흥미로운 볼거리였다. 이 바다 호수의 가로 세로 너비는 각각 50~70m 정도가 될정도로 굉장히 넓었고,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저 아래는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배만 고프지만 않았다면 더 보고 있고 싶었지만, 나와 친구는 저녁을 먹으로 가야했기에 자리를 뜨려 했다. 바로 그때 굼뜨게 움직이던 돌돔들이 갑자기 민첩하게 수면 근처로 회피했다. 그 뒤 깊은 곳에서 엄청 큰 물고기의 형태가 빠르게 쑥 지나갔다.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작은 공룡들이 숲에서 도망쳐 나오고 그 뒤 티라노 사우르스가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체감상 2m는 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물고기를 가까운 곳에서 보려고 꽤나 미끄러운 돌을 밟고 서있었는데, 여기서 미끄러지면 저 거대한 육식 물고기가 나를 덮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튀어 올라서 나를 공격하지는 않을까? 바로 물에서 몇걸음 떨어졌다. 혹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더 지켜봤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낸 그 찰나의 순간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짜릿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다. 나의 어두운 심연을 대변하는 것일까? 어두운 곳에 언뜻 언뜻 보이는 두려운 존재가 있는가?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오늘 아침에 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고 그 장소를 처음으로 찾아봤다. "낚시 체험"을 하는 곳이란다. 김녕어촌체험휴양마을 협의회에서 물고기를 풀어놓고 가족단위로 와서 아이들과 함께 낚시를 하는 곳이다. 블로그를 보니 내가 본 거대한 물고기는 "방어"였다. 음,, 방어는 크긴 하지만 최대 1.1m 이며, 겨울에 동네 횟집 수조에서 많이 봐온 친근한 어종이다. 나는 2m가 넘는 정도로 봤었는데 예상치 못한 큰 물고기에 과장해서 인식했던 것 같다. 처음 본 뒤로도 나는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점점 거대하고 흉폭한 물고기로 변화시켜왔는데, 나는 그 미지의 상상을 즐겼기에 더욱 두려워지길 바랐던 것 같다.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쓴 것을 후회한다. 그냥 미지의 것으로 남겨뒀으면 가끔 상상하고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미 정체를 알아버렸다. 미지의 두려움은 실체를 알았을 때 사라져 버린다.
배만 고프지만 않았다면 더 보고 있고 싶었지만, 나와 친구는 저녁을 먹으로 가야했기에 자리를 뜨려 했다. 바로 그때 굼뜨게 움직이던 돌돔들이 갑자기 민첩하게 수면 근처로 회피했다. 그 뒤 깊은 곳에서 엄청 큰 물고기의 형태가 빠르게 쑥 지나갔다.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작은 공룡들이 숲에서 도망쳐 나오고 그 뒤 티라노 사우르스가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체감상 2m는 넘는 것 같았다. 갑자기 두려움이 몰려왔다. 물고기를 가까운 곳에서 보려고 꽤나 미끄러운 돌을 밟고 서있었는데, 여기서 미끄러지면 저 거대한 육식 물고기가 나를 덮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튀어 올라서 나를 공격하지는 않을까? 바로 물에서 몇걸음 떨어졌다. 혹시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더 지켜봤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결국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물고기가 모습을 드러낸 그 찰나의 순간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 기억을 떠올리는 것은 짜릿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다. 나의 어두운 심연을 대변하는 것일까? 어두운 곳에 언뜻 언뜻 보이는 두려운 존재가 있는가?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오늘 아침에 그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고 그 장소를 처음으로 찾아봤다. "낚시 체험"을 하는 곳이란다. 김녕어촌체험휴양마을 협의회에서 물고기를 풀어놓고 가족단위로 와서 아이들과 함께 낚시를 하는 곳이다. 블로그를 보니 내가 본 거대한 물고기는 "방어"였다. 음,, 방어는 크긴 하지만 최대 1.1m 이며, 겨울에 동네 횟집 수조에서 많이 봐온 친근한 어종이다. 나는 2m가 넘는 정도로 봤었는데 예상치 못한 큰 물고기에 과장해서 인식했던 것 같다. 처음 본 뒤로도 나는 기억을 되새김질하며 점점 거대하고 흉폭한 물고기로 변화시켜왔는데, 나는 그 미지의 상상을 즐겼기에 더욱 두려워지길 바랐던 것 같다.
사실 그래서 이 글을 쓴 것을 후회한다. 그냥 미지의 것으로 남겨뒀으면 가끔 상상하고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이미 정체를 알아버렸다. 미지의 두려움은 실체를 알았을 때 사라져 버린다.
댓글
왜 (어떤) 인간은 공포 영화를 찾아 보는 걸까요?
미지는 정말 매혹적이에요! 어떤 것은 미지로 남겨두면 좋겠으나, 또 어떤 것은 싱겁게 그 정체가 탄로나 버리기 때문에 더더욱 '미지'라는 것의 미지에 빠져들게 되서 새로운 미지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