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수 가는 솔직히 믿는 구석이 있으니깐 지금까지 이렇게 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소설가 지망생 유지수가 서른 중반이 넘어서야 논술학원에서 일 같은 일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한 뒤 퉁명스럽게 덧붙인 현석이었다. 현석이와 유지수는 나와 어린 시절 극동멘션에서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인데, 우리 바로 윗집에 살던 유지수네 집에는 미국에서 골프 사업을 하다가 들어오셨다는 아저씨의 영향으로 당시에 한국에서 보기 힘든 온갖 신기한 물건들이 가득했다. 중고등학교 내내 붙어 다녔던 현석이와 내가 처음 만난 것도 오델로를 가르쳐주겠다고 집으로 초대해주신 아저씨 덕분이었고, 사실 내가 남들 부럽지 않은 학벌을 가지게 된 데에는 그 집에서 가지고 놀던 재능개발도구 덕도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유지수는 그럼 지금까지 일은 하나도 안 하고 글만 쓴 거야? 그럼 뭘로 생활해?"
"뭐 돈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만 알바를 잠깐 하고 아이면 뭐 집에서 타 썼지. 미국에서 살다 와서 그란 줄은 몰라도 마 우리랑 생각하는 게 다르더라"
"야 미국이래봤자 겨우 8살 때 일인데, 아무리 든든한 뒷배가 있어도 난 그렇게 원하는 걸 쫓으며 살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그런가? 아 난 잘 모르겠고, 경빈아 나는 니가 우리 극동멘션 출신들 중에 제일로 성공한 것 같아 기분이 윽시 좋다. 이제 사투리도 잘 안 쓰는 거 같아가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지만서도. 우리 한변, 한잔해"
꽤나 우쭐했던 그날로부터 1년쯤 지나 최현석-유지수의 깜짝 결혼식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는 신부 아버지랑 알고 보니 경산공고 동창이었다고, 어쩐지 잔치에 경고 친구들이 와이리 많이 왔나 했다며 껄껄 웃으셨고, 엄마는 몇 년을 이웃으로 지냈는데 그걸 몰랐을까나 맞장구를 치시며 우리 살던 그 극동멘션 뒷산이 전부 최씨 할아버지의 땅이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바뀌면 세금 꽤나 내게 생겼다는 이야기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셨다.
나는 서울로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꼭 지수가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