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벌레

아이사갈까말까
2025-03-18 13:08

며칠 전, 집에서 오랜만에 날벌레가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제 겨울이 다 갔구나, 싶었습니다. 날벌레를 반가워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곧 더워지겠구나, 쓰레기통에는 날파리 알과 애벌레가 쌓이겠구나, 주방에는 음식물 쓰레기 냄새가 나겠구나, 바나나 껍질에는 귀신같이 날파리들이 꼬이겠구나. 봄바람보다 걱정이 먼저 밀려왔습니다. 걱정을 떨쳐내듯 저는 날벌레를 쫓으며 주먹질을 해댔습니다. 제 주먹은 바람을 가르고 운석처럼 날벌레를 향해 쏟아졌을 테고, 저는 녀석을 우주 밖으로 몰아냈습니다. 

어제 저녁에는 혼자 벽을 보며 밥을 먹고 있는 눈앞으로 날벌레가 날아들더군요. 왼손으로 잽을 한 방 먹여주려고, 저는 밥을 씹던 턱을 멈추고 집중했습니다. 마치 얼룩말을 사냥하려는 암사자처럼. 날벌레가 제 살기를 느끼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 날벌레에 집중하다 보니 녀석의 날갯짓이 보이더라고요. 작은 몸통과 얇은 다리도 눈에 들어왔습니다. 녀석은 좀처럼 벽에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고, 정확히 0.5초에서 1.5초마다 앉았다 날아오르고, 옆으로 가서 다시 앉았다가 또 날아오르기를 반복했습니다. 마치 옆으로 점프하듯이. 그 점프는 세상물정 모르는 천진난만의 점프였습니다.

3월의 날벌레. 어른 날벌레일리가 없었겠죠. 그렇게 생각하니,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어린 개구쟁이처럼 보였습니다. ‘호잇! 호잇!’ 앉았다 날았다, 앉았다 날았다. 혼자 신나게 뛰어노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살기를 지우고 날벌레의 점프를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속으로 추임새도 넣어보았습니다. 읏챠! 흡차! 핫챠! 

왼손 주먹을 내려놓은 저는 다시 밥을 씹었습니다. 눈으로만 계속 녀석을 쫓았습니다. 시야에서 멀어지며 점이 되고, 먼지가 되고, 사라질 때까지. 유튜브도 없이 조용히 밥을 먹던 저녁이었습니다. 부디 하품할 때 제 입으로 들어오지 않기를, 샤워할 때 물줄기에 휩쓸리지 않기를, 옷을 털 때 옆에서 맞지 않기를 바라며, 씹던 밥을 마저 씹던 저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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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더듬이 | 17일 전

호- 그 순간의 장면이 눈에 잡힐듯 보이네요.
날아라 벌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