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려하는 친구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레오나르도들과풀이오
2025-04-18 00:31

며칠 째 친구가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업무 시간 중 연락을 보낸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 오후 두 세시 사이에 어김없이 ‘졸리다’ 고 세글자가 메신저에 뜬다. 적응기간이라 바쁘지도 않고 노곤하니 그런 것일 테다.

예전 같으면 ‘저런’ 하고 건조한 단답을 보내거나, 애시당초 아주 늦게 확인을 했을텐데, 요즘엔 괜히 장난기가 생겨서 ‘잠깨게 노래 불러줄게 ^^ 전화걸게 ^^’ 라는 즉답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다. 회사 적응기간에 일 없다고 친구와 통화를 한다는 건 꽤 주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일이다. 그걸 아니까, 얘가 진짜 전화를 하면 어쩌나 하고 긴장하여 잠이 순간 깨기도 하리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어느 정도는 이 친구가 ‘그래 전화 해봐라’라고 하면 정말로 온갖 노래들을 불러줄 작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친구에게 불러주고 싶은 노래 리스트를 만들어두었다.

-도라에몽 주제가
- 짱구 주제가
- 거북이의 빙고
- 기운 센 천하장사
- Reds, go together
- 라스푸틴
- 당근송
- 숫자송
- 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 (라이언킹 circle of life)

친구가 언제쯤 ‘그래 불러줘 봐’라고 할 지 기대하며 매일 꾸준히 같은 답장을 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오늘 녀석의 귀갓길에 ‘지금 퇴근 중인데, 심심하니 전화해줘봐’라고 또 연락이 왔다. 망설이지도 않고 신나게 전화를 걸어, 도라에몽 주제가를 불러줬다. 전화 너머로 박수를 치며 웃고 즐거워하고는 명창이라고 극찬을 한다. 앞으로도 리스트로 적은 노래들을 한 곡 씩 전부 불러주고, 그 뒤로도 또 불러주면 우리만의 재밌는 문화가 될 것 같다. 친구가 졸리면 졸리다고 연락하기를 조금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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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더드미 | 1개월 전

ㅎㅎㅎ 그 노래 다 들어 보고 싶네요. 그 친구는 AI 비서가 아니라 인간 광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군요. ㅎㅎ 근데, 라스푸틴이 제가 아는 러시아의 그 라스푸틴 맞나요?

레오나르도문제풀이요 | 1개월 전

ㅎㅎ 맞습니다. Boney.M의 라스푸틴이라는 곡인데, 이 노래에 맞춰 코사크 춤을 춰야 하는 것으로 유명해져 있어요! 풍자곡인데 춤도 강력하다보니 우습고 익살맞다는 인상을 주는 곡입니다.
유명해진 춤영상은 이것입니다 ^^ https://youtu.be/NJh5idlanrc?si=5xtwehGjbqG6rGuB

내이름은코난 | 1개월 전

10CM의 '폰서트' 노래가 떠오르네요 ㅎㅎ "이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단독 공연 가수는 나고 관객은 너 하나~"

레오나르도문제풀이요 | 29일 전

폰서트도 리스트에 추가해야겠습니다 ^^ 좋은 아이디어 감사합니다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