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사랑보다

더듬이
2025-03-20 09:08

매일 아침 나만의 의례 중 하나는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맞춰 음악으로 마음을 조율하는 일이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감성 튜닝이라고나 할까.
오늘 문득 듣고 싶은 곳은 '기억이란 사랑보다'라는 제목의 노래다.

내가 갑자기 가슴이 아픈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 거죠
흐리던 하늘이 비라도 나리는 날
지나간 시간 거슬러 차라리 오세요
내가 갑자기 눈물이 나는 건
그대 내 생각하고 계신 거죠
함박눈 하얗게 온 세상 덮이는 날
멀지 않은 곳이라면 차라리 오세요
이렇게 그대가 들리지 않을
말들을 그대가 들었으면
사랑이란 맘이 이렇게 남는 건지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

이영훈 작사 작곡의 노래다.
안타깝게도 그는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떴다.
주옥 같은 그의 많은 곡들에 이야기를 입혀 만든 뮤지컬이 '광화문 연가'다.
초연 때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이 극을 보다가 그중에서도 이 노래에 마음을 뺏겼다.
(그때는 여성 주인공이 이 노래를 불렀는데 나중에 보니 남자 주인공이 부르는 걸로 바뀌어 있다.)
그때 내 맘 속 깊이 눈이 녹듯 스며든 이 곡은 그 뒤로도 문득 문득 내 마음에서 고개를 든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그럴 땐 대개 내 마음에 사랑이 부족할 때다.
가령, 전날 소통에 성공하지 못했거나 미흡했다고 느낄 때 내 마음에선 어김없이 무언의 신호가 온다.
그럴 땐 다른 누구나 무언가로부터 온기를 가져다 허한 맘 속을 채워주는 게 좋다.
이 노래를 들으며, 예전에 사랑을 나누었던 사람들을 하나둘 떠올린다.
여기서 사랑을 나눈 사람이란 비단 연인 사이의 상대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가령, 해외 이역만리에서 잠시 체류하는 동안 내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 주었던 노 교수 애드송이 대표적이다.
나는 내가 힘들 때 예전에 그가 어김없이 보여주었던 환한 미소, 밝은 표정, 따뜻한 말투, 정겨운 손짓과 포옹 같은 것들을 하나둘 떠올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내 가슴은 따뜻한 기운으로 덥혀진다.
그에게서 받은 사랑을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 내 마음에 온기가 차오른다는 것은 기적이다.
이 사랑의 온기가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줄 수 있을 정도가 된 것 같으면 나는 눈물을 닦고 다시 해야 할 일들을 시작한다.
오늘 날씨도 화창하다.
어디 한번 또 살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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