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의 계절

분실
2025-06-02 16:49
너를 향해 말하던 시절이 끝났다. 
기관처럼 감정도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되는 것일까. 어떤 감정은 더이상 내것 같지 않다. 마음을 들킬까봐 불안하고 모를까봐 쓸쓸하던 시간을 견뎌낸 '봄밤'이 있었다. 매화꽃 한복판에 서있었던 것 같은 봄은 계절이 아니라 내 마음 같았다. 알고있는 사실과 하고싶은 일이 어긋나듯  이제 우리, 어디에 있는지 알지만 찾을 수 없다. 

볕의 길이가 달라졌다. 
좋은 빛이 있는 저녁인데, 뚫린 마음에 대책없이 바람이 든다.  노스텔지어(Nostalgia) 향수는 돌아감(nosto)과 통증(algia)을 뜻한다. 스위스 용병들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고통받는 모습에서 만들어진 의학용어. 나는 더이상 비오는날 수채화 같은 아련한 정서로 노스텔지어를 읽을 수 없게 되었다. 나에게 통증은 돌아가지 못함이 아니라 '부재, 그 곳에 (내가) 있지 아니함' 의 확인에서 온다. 

'너와 나의 잃어버린 봄' 또는 ' 저 문을 닫아줘, 빛은 필요치 않아' 가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그런데 함께하는 미래를 가지지 못한 것, 그 관계의 흥망성쇠를 이렇게 흉통의 시선으로 쓸 일일까. 다시 호르몬의 계절 속에 있다. 올해는 봄이 참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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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애꾸 | 1개월 전
시 같은 산문이네요. 천천히 앞뒤를 오가며 가다 머물다를 반복하며 읽게 됩니다. 어렴풋이나마 그 기분 함께 느낄 수 있는 듯해서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