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고통에 대하여

더듬이 프로필 더듬이
2026-03-22 20:44
제임스 볼드윈, <단지 흑인이라서, 다른 이유는 없다>에 실린  ‘십자가 아래에서’ 중에서 발췌.

우리는 죽음이라는 사실을 기뻐해야 한다. 삶이라는 수수께끼에 열정으로 맞서며 죽음을 얻기로 결심해야 마땅하다. 사람은 각자의 삶에 책임이 있다. 삶이란 우리가 온 곳이자 돌아갈 곳인 어둠 속 작은 등대니까. 뒤에 올 사람들을 위해 우리는 그 항해를 가능한 한 고결하게 해내야 한다…

변함없는 것들-출생, 고통, 죽음은 당연하고 이따금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사랑 역시 그러하다-을 믿고 기리는 것, 변화의 속성을 이해하고 변화할 능력과 의지를 키우는 것은 자유로운 사람의 책임이다. 이때 변화는 표면상의 변화가 아니라 깊이 있는 변화, 소생한다는 의미의 변화를 말한다. 그러나 예컨대 안전이나 돈, 권력처럼 변하는 것들을 변함없는 것으로 추정하기 시작하면 소생은 불가능해진다. 그 결과는 망상이며 망상은 배신만을 낳는다. 자유에 대한 모든 희망이,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

고통에 대해 감상적으로 굴려는 건 아니다. 고통을 많이 받았다고 해서 하등 좋을 건 없으니까. 그러나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성장하지 못하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발견하지도 못한다. 자신의 인간성과 정체성을 파괴하겠다고 을러대는 잔인한 불길 속에서 매일 스스로를 구해 내도록 강요받는 사람은 이를 견뎌 낸다면, 혹은 견뎌 내지 못하더라도 자기 자신과 인간의 삶에 대하여 교회는 물론 지상의 어떤 학교도 가르칠 수 없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스스로 권한을 획득했고 그것은 견고하다. 자신의 삶을 구하기 위해 외양 아래 숨겨진 것을 봐야 했고, 아무것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아야 했고, 행간에 숨은 의미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인생이 줄 수 있는 최악의 것들을 계속해서 견뎌 내는 사람은 공포에 지배당하지 않게 된다.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견뎌야 하니까. 이만큼 경험한 사람은 비통함에서 나름의 맛을 느끼기 시작하고 증오가 자루처럼 끌고 다니기에는 너무 무겁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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