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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모녀 아니 모자

더듬이 프로필 더듬이
2026-11-01 04:24 (수정됨)
“오, 따님이신가 보죠?”
“아뇨, 아들이에요.”
“아이쿠, 죄송합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네요.”
“아니에요, 괜찮아요. 처음 보면 다들 그렇게 이야기해요.”
금요일 저녁 도서관에서 진행된 강의 중간의 휴식시간의 일이다. 화장실에서 강의실로 돌아오는 도중 건너편 휴게 카페에 강의를 듣던 여성이 초등학생 자녀로 보이는 아이와 샌드위치를 나눠 먹고 있는 걸 보고 인사말을 건넨다는 게 어색한 장면으로 이어진 순간이다.
사실 나로선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들로 보기에는 그 아이는 길게 길러 뒤로 넘긴 머리가 어깨를 훨씬 넘어 거의 허리까지 닿을 정도였다.
그래도 얼른 수습의 말을 건넸다.
“야, 멋지네. 너 개성 있구나. 어떻게 그렇게 길게 머리를 기를 생각을 다 했니.”
아이가 머뭇하는 사이 어머니가 대신 답했다.
“일부러 머리를 기르는 거예요. 기부하려고요.”
기부? 얼른 가발 공장이 떠올랐다. 순간 예전에 읽었던 오 헨리의 단편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에 나오는 주인공도 생각났다.
내 머리속을 헤아리기라도 했는지 다시 어머니가 설명을 덧붙였다.
“백혈병 아이들한테 기증하려고요. 벌써 여러 번 했어요.“
그제서야 소아암 환자들이 방사선 치료를 받느라 머리가 빠져 가발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났다.
”야, 착하구나. 어쩜 그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어?“
이번에도 어머니가 말을 받았다.
”아, 제가 하는 걸 보더니 자기도 하겠다고 해서 시작한 거예요.”
그러고 보니 그 어머니도 생머리를 길러 뒤로 묶은 상태다. 두 사람 다 머릿결이 곱다. 아마 감고 빗을 때도 생각이 남들과는 다를 것 같다.
말 없이 샌드위치를 먹고 있던 아이의 눈길이 잠시나와 마주쳤다. 뭔가 할 말을 담은 눈빛이었다.
나는 “야, 어쩜…”이라는 말밖에 더 할 수가 없었다.
그 남자 아이의 긴 머리는 다른 아이들 눈엔 어떻게 비쳤을까. 행여나 놀림거리였을까, 아니면 부러움의 대상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별난 아이의 별난 행동이었을까. 그 아이와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잠시라도 오고 갔을 마음의 움직임들을 상상해 본다.
어느새 휴식 시간은 흘러 다시 강의실로 돌아갈 시간.
“맛있게 먹어-”
무슨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다 군더더기 같아 그렇게만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사랑하며 살아갈 이유는 뜻밖의 곳에서 문득문득 찾아든다.
어느 밤 문득 올려다 본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마주했을 때처럼.
내겐 사람들의 선의가 밤하늘의 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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