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수 없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 또는 타자 어느 쪽과도 실존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고독한 사유는 타자에 대한 사유의 전제조건이다. 사유는 다른 여러 가지와 더불어 머릿속으로 다른 사람들의 견 해를 상상하고 여러 관점을 시험하며 아마도 새롭거나 생경할 수 있는 관념을 실험하는 훈련이다. 대조적으로 외로움은 참담할 정도로 궤멸적이다. 생각을 둔하게 하고, 타자와의 접촉을 너무 위험해서 감히 할 수 없는 일처럼 보이게 만든다. 결국 아렌트가 <전체주의의 기원>에서 가장 슬프다고 할 만한 문장으로 썼다시피 "외로움이 그토록 참을 수 없는 이유는 자기 상실 때문이다. [자기 자신은] 고독 속에서도 비로소 실현될 수 있지만, 그 동일성은 오직 신뢰하고 신뢰할 만한 가치가 있는 동등한 사람들과 함께함을 통해서만 확인될 수 있다." (<전체주의의 기원> 614쪽)
아렌트가 알게 되듯 자기 신뢰 및 상호 신뢰의 상실은 전체주의 체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구 소비사회의 특질이 되고 있었다. 아렌트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3년이 흐른 뒤이자 <전체주의의 기원>이 출간된 때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1978년, 바츨라프 하벨Viclav Havel은 숭고한 용기를 보여주는 에세이 「힘없는 자들의 힘The Power of the Powerless」에서 탈전체주의post-totalitarianism 에 대해 쓰면서 체코슬로바키아는 종전 직후 시기의 '난폭한' 볼셰비즘에는 더 이상지 배당하고 있지 않으나 끔찍한 실존적 정치적 궁핍화가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은 결코 동유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도 현존한다고 날카롭게 주장했다… 힘없는 자들은 그들이 어디에 있건 우려하는 만큼 무력하지 않았으나, 정치권력을 되찾는다는 것은 우선 사유하는 자아를 되찾는다는 의미였다.
/린지 스톤브리지, <한나 아렌트: 사유하는 인간> 중에서
아렌트가 알게 되듯 자기 신뢰 및 상호 신뢰의 상실은 전체주의 체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구 소비사회의 특질이 되고 있었다. 아렌트가 세상을 떠난 지 불과 3년이 흐른 뒤이자 <전체주의의 기원>이 출간된 때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난 1978년, 바츨라프 하벨Viclav Havel은 숭고한 용기를 보여주는 에세이 「힘없는 자들의 힘The Power of the Powerless」에서 탈전체주의post-totalitarianism 에 대해 쓰면서 체코슬로바키아는 종전 직후 시기의 '난폭한' 볼셰비즘에는 더 이상지 배당하고 있지 않으나 끔찍한 실존적 정치적 궁핍화가 끈질기게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상은 결코 동유럽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에도 현존한다고 날카롭게 주장했다… 힘없는 자들은 그들이 어디에 있건 우려하는 만큼 무력하지 않았으나, 정치권력을 되찾는다는 것은 우선 사유하는 자아를 되찾는다는 의미였다.
/린지 스톤브리지, <한나 아렌트: 사유하는 인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