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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말하기로: 도덕의 ‘다른 목소리’가 삶의 이정표가 되기까지

<침묵에서 말하기로> - 캐럴 길리건 독후감

DCT 프로필 DCT
2025-12-25 19:22
전체공개
1982년에 쓴 ‘다른 목소리'
1982년,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나는 아홉 살 어린 소녀였다. 당시 우리 사회는 철저히 남성 중심적이었고, 여성의 권리와 주장은 ‘소귀에 경 읽기’와 같았다. 그런 시대에 남성적 사고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여성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편향된 시각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럴 길리건은 남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이론들 속에 감춰져 있던 ‘다름’의 가치를 일깨워주었다. 이 책은 나에게 “왜 도덕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과거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했다.

도덕, 인간다움을 지키는 안전장치
도덕은 단순히 '착해지는 것'이 아니다. 도덕은 우리가 서로를 파괴하지 않고 공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이자 안전장치다. "이것이 옳은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을 던짐으로써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발달심리학자 로렌스 콜버그는 도덕을 심리학의 영역으로 가져와 인간의 성장을 단계별로 체계화했다. 하지만 그는 논리와 원칙 중심의 ‘정의의 윤리’만을 높게 평가했고, 관계와 배려를 중시하는 여성적 도덕 판단을 낮은 단계로 보았다. 길리건은 바로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그녀는 콜버그가 놓친 ‘관계와 책임’이라는 영역을 세상 밖으로 끌어올려 기존 도덕의 한계를 한단계 더 끌어올렸다.

엄마로서의 실천: 두 딸에게 전하는 지혜
대학생과 대학원생인 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나는 이제 이 두 가지 윤리의 조화를 딸들의 인생 지침으로 전해주고 싶다.
- 정의의 윤리(독립과 원칙): 딸들이 자신의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고, 사회적 성취를 위해 실력을 갖춘 독립적인 주체로 성장하길 바란다. "네 삶의 주인은 너이며, 공정한 원칙 안에서 누구보다 당당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 돌봄의 윤리(연결과 책임):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응답할 줄 아는 따뜻함을 잃지 않기를 바란다. 길리건이 말한 성숙한 돌봄은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인을 모두 소외시키지 않는 연결이다. "네가 이룬 성취가 주변을 돌보는 따뜻함과 만날 때 너의 삶은 비로소 풍요로워질 것"이라는 조언을 건네고 싶다.

사회복지공무원으로서의 사명: '통합돌봄'의 진정한 의미
공직자로서 마주하는 '통합돌봄'이라는 화두 앞에서도 이 두 윤리는 훌륭한 나침반이 된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예산을 집행하고 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정의의 윤리에 따른 공정함과 형평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통합돌봄'은 행정 지침을 넘어선 곳에 있다. 대상자를 관리 번호가 아닌 고유한 서사를 가진 개인으로 대하고, 그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관계의 끈을 놓지 않도록 돕는 돌봄의 윤리가 결합되어야 한다. 행정의 단단한 뼈대에 사람의 온기를 채워 넣는 것, 그것이 내가 가야 할 길임을 깨닫는다.

균형 잡힌 온전한 인간으로
정의의 윤리가 사회를 지탱하는 뼈대라면, 돌봄의 윤리는 그 사이를 채우는 따뜻한 근육이다. 9살 소녀였던 그때는 미처 듣지 못했던, 침묵 속에 머물렀던 배려와 관계의 목소리를 이제는 내 삶의 언어로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 자신을 돌보는 것 또한 도덕적 책임임을 잊지 않으며, 두 딸의 엄마로서 그리고 사회의 돌봄을 실천하는 공직자로서 정의와 배려가 균형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 차가운 원칙과 따뜻한 공감이 만날 때, 우리는 비로소 온전한 인간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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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B동 조교 프로필 B동 조교 | 10일 전
뼈대와 근육이라...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비유이군요. 두 따님의 생각은, 자신의 경험을 어떻게 이야기하실지가 무척 궁금해지네요. 물어보시고 나중에라도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