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고 싶지 않은 걸까?

2407 시즌 - 책 <인간의 조건>
왕밤이
2024-09-25 22:08
전체공개

인간의 조건은 일전에 KBS에서 꽤 재밌게 봤던 예능프로그램 제목이었다.
현대인의 필수 조건이라 여길만한 것들을 없애고 일주일 간 합숙하는 내용의 콘텐츠였다.
아마 기획했던 PD가 이 책을 읽었거나 제목을 차용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조건이란 무엇인가? 제목 자체가 던지는 질문이 흥미로웠다.
일전에 읽었던 책들이 꽤 많이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이 언급해서 이 분의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 책으로 한나 아렌트를 시작했으니, 앞으로 다른 책들은 오히려 술술 읽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독서모임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큰 난관의 책, 다들 어려움을 토로하시는 것에 100% 공감하면서도
산업심리를 전공한 나로썬 노동에 대한 이야기들(노동과 노동하는 인간에 대한 관점 등) 흥미로웠고 지금 내 상황을 곁들이면 노동과 작업을 그만두고 읽는 행위만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 나는 고통과 수고의 노동을 회피하고 호모 파베르의 삶은 주저하며 행위조차 멈추고 싶다는 생각에 단순히 호모 루덴스(유희하는 인간)만을 지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여기서 이야기 하는 인간은 어쩌면 기능하는 인간을 지칭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노동, 작업, 행위 모두 태어난 현 존재로써 마땅히 해야만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기에 당장 어떤 사회적 혹은 생산적 기능을 하고싶지 않다는 마음이 가득한 나로썬 이런 이야기 또한 강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노동을 대신할 노예가 없는 현대인에겐 노동과 작업과 행위를 모두 행하기엔 버거운 삶이다.
인간으로서 조건을 갖추는 것은 상당히 피곤하다. 나는 인간이고 싶지 않은 걸까?
당분간은 인간으로 살기보다 나로 살아가면서 나만의 조건을 만들어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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