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2407 시즌 - 책 <인간의 조건>

지니
2024-09-26 01:02
전체공개

<인간의 조건> -- 한나 아렌트

   
어렵다... 나름 철학을, 사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것이 맞았나?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저자의 말을 따라가기가 힘이 들었다. 너무 많은 양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정보에 대한 개념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된 맥락을 놓치기 일쑤였다. 하나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그다음 개념에서도 이해하지 못해 그렇게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에 턱턱 걸려 넘어져 헤매며 겨우 반 정도를 읽은 것 같다. 
무엇을 읽었는지 알 수가 없을 만큼 정리가 안 되고 혼미하지만, 꽤 많은 단락에서 공감이 가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한 내용이 있었다. 이해하지 못한 단락들을 다시 읽고 곱씹으며 이해하고 싶을 만큼.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면서 ‘인간의 조건’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한다.


“ 내가 앞으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가장 최근에 겪은 경험과 공포를 고려하여 인간의 조건을 다시 사유해보자는 것이다. 이는 명백히 사유의 문제다. 사유하지 않음, 즉 경솔하고 무분별하며 완전히 혼란에 빠져 있거나 아니면 하찮고 공허한 ‘진리들’을 자기만족을 위해 되풀이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뚜렷한 특징처럼 보인다. 여기서 나의 제안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 - p.81

   
  왜, 한나 아렌트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자면서 ‘인간의 조건’으로 노동, 작업, 행위를 선택했는가? 
생각해보면 정말 타당한 이야기였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지?“ 생각하면, 나는 늘 일을 했다. 
일과 가족과의 관계가 내 삶의 중심이었다. 생계를 꾸리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이 필요했고, 사회적 위치를 가지려고 일이 필요했다. ‘어떤 일을 하는가?‘는 곧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 부와 명예를 측정하는 척도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관계가 형성되어갔다. 
노동이 시작이었다. 그런 노동은 최소한의 생계를 위한 범주를 넘어 부와 지위(권력)로 확장되어갔다. 
나는 더 많은 부와 높은 지위를 위해 육체와 영혼을 갈아 넣었다. 그러다가 육체도 영혼도 멈추려는 상황까지 다다라서야 삶의 균형이 깨졌음을 인지했다.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대중사회가 지향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향해 열심히 일 한 것이 전부였을 뿐 문제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육체가 더는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아서야 일을 멈추고 이 모든 사태를 조용히 바라보는 일 밖에 할 수가 없는 상태에 다다르게 되었다. 
어두운 방에 누워 수많은 시간 동안 생각해보았지만, 왜 아픈지, 어디가 아픈지, 무엇이 문제인지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유의 힘이 부족했던 탓에 삶 곳곳에서 나 자신에게 ’악‘을 행하고도 행한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7년이라는 시간동안 노동을 최소한으로 줄이고(1년에 평균 3개월 정도만 일하는) 지난 삶을 성찰하며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의 질문에 초점을 맞추며 대답을 위한 실험을 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노동 - 일의 형태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 자신을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행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자신을 허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가 하는 것들은 ’운동하기,책을 읽기,일기 쓰기,독서토론을 위한 모임에 나가기,집을 짓기 위한 목공 배우기,도자기 만들기 배우기‘ 등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내가 그동안 찾고 있었던 것은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작업‘이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의식 있는 행위’라는 것을 깨닫는다.

‘의식 있는 행위’를 위해서는 매우 단단한 사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런 사유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비판적이고 성찰적인 읽기와 쓰기가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게 된다.

책을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남은 시간까지 최대한 완독하고 모임에 참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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