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야기인줄 알았는데

2407 시즌 - 책 <마틴 에덴 1, 2>
왕밤이
2024-10-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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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표지에 사랑이야기라니, 최근 이별을 경험한 나에게 또 적절한 제언이 될만한 책이겠다는 약간의 기대감으로 읽기 시작했다. 기대했던 바와 달리 인간으로써 삶의 목적에 대한 이야기로 반전되면서 나는 금요일 밤 합정에 있는 book bar에서 두번째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읽기를 끝맞쳤다. 

추구했던 삶의 끝이 허영심 가득한 세계였다면, 진심으로 이루어진 순수성은 사멸하고 허무함만 남게 된다. 나 또한 무언가가 되고자 했던 때가 있었고, 노력하면 상황을 바꿀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건 결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였음을 뒤늦게 깨달으면서 큰 허무에 빠졌었다. 다행인지 마틴 에덴만큼의 열정으로 달성하고자 하지 않아서 살아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왕까지 다 깨고나면 궁금증은 사라지고 더 이상 그 게임이 재밌어지지 않듯이 마틴은 추구하던 삶의 실체가 허영이였음을 발견하며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사라지고 만다. 더이상 기대되지 않는 세상, 달도 사라지고 별이 죽어버려 더이상 올려다보지 않게 되는 거무죽죽한 밤하늘 같았을 것. 

찐득하게 흘리면서 이뤄내는 노동의 가치와 곁에 있는 진실한 우정, 이성과 감각의 적절한 조화, 무엇이든 직접 이뤄내서 얻어내는 과정이 그래도 하나씩 빛을 내어주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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