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403 시즌 -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대램져
2024-04-20 09:09
전체공개

자신의 인생을 말하는 사람들의 진솔함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크게 움직일 뿐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레 꺼내고 싶어지게 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럴 때면 누군가의 말을 듣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대화 주제를 나로 바꾸는 전환식 화법’이라며 비판하는 사람들의 말들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모두들 좀 더 서로를 들어줄 필요가 있지만,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으면 너무 다음으로 미루지만 말고 해야 하기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들 사이에서 중도를 찾으려 함도 내면의 ‘밀고 당기기’ 중의 하나일까요?

좋은 책을 읽고 쓰는 감상문에, 그것도 사람들과 함께 나눠 읽어볼 글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문장들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이 책을 읽는 저의 감상이 제 지난 시간들과 분리될 수가 없어서 간략히나마 제 감상의 배경이 된 사건들을 쓰고 싶습니다. 조부모님들은 저의 유년기 즈음에 돌아가셨지만, 그분들과의 좋은 기억들은 있었습니다. 정서적 충격을 걱정하셨는지 어른들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셨고 어린 저와 이야기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과 상실에 대한 경험들이 제게 아무런 의미도 없는 사건으로 흘러갔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제가 잘 따르고 특히나 좋아하던 외조부님이 돌아가셨는데, 그 때에는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그분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들었습니다. 저를 많이 아껴주셨기에 그분에게 하루라도 더 사랑한다고 말씀드려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대학생 때는 외조모님이 병환으로 입원하셨는데, 일전에 겪은 죽음들에 대한 후회를 상기하며 그분과의 시간만큼은 풍부하게 채우리라고 다짐했습니다. 나름의 노력들로 함께한 아름다운 시간들이 흐른 후 제가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감각을 간직하게 되더군요. 그 뒤에 같은 동네에서 짧은 나이의 평생 붙어 다녔던 친구를 잃었습니다. 그 뒤로 ‘삶’과 ‘시간’에 대해 사로잡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랑’도. 죽은 친구가 “사랑이란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영감이야”라고 말해주곤 했는데, 저는 이해할 수 없어서 갸웃거리곤 했거든요. 당시 나의 궁금증은 “너가 사랑에 대해 아는 게 뭔데?” 였습니다. 그때와 같은 궁금증을 가지고 살아오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무엇을 알까, 나는 사랑에 대해 무엇을 알까, 하는 궁금증입니다. 이런 책을 첫 회차부터 모두와 읽고 감상을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다른 분들이 어떤 구절에 대한 경험, 공감, 의문을 나눠주실지 궁금합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제가 구하려고 해온 모든 답이 채워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알지만, 최근의 저에게 있어서는 이런 의문들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좋습니다. 상실들을 겪고 난 나는 분명 이전과 같지 않고, 좀 더 소중함을 가지고 사랑에 대해 알아가리라 믿었습니다. 어떻게 살아갈지 죽음을 통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저는 모리 선생님과 재회하기 전의 미치 앨봄과 비슷합니다. 여러 ‘삶의 밀고 당기기’ 사이에서, 더 다양한 두려움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다운 삶’에 대해 고민하리라는 결심과 동떨어져 기어코 잇속을 따르는 사람들의 뒤를 쫓게 되는 게 아닐지가 가장 두렵습니다. 

“젊은이”라는 표현이 “저를 묻는 이”라는 뜻이라는 어떤 사람의 말을 접했습니다. “저를 묻는 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 말이 “젊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아님을 알아주시겠지요? 오리진 북클럽에서의 시간이 제게 중심을 잡게 해줄 힌트가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목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