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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흐르는 곳에 (척의 일생)> - 스티븐 킹 독후감

산이화 프로필 산이화
2026-02-26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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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스티븐 킹이라는 작가는 오다가다 여기저기에서 꽤 익숙하게 들어온 이름이지 싶다.  하지만 매우 미국적인 이름답게 내가 본 몇 편의 영화(쇼생크탈출, 미저리, 그린 마일 정도?)의 원작자라는 것은 이번에야 알게 된 사실이다.  물론 소설로는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영화들의 원작은 긴 스토리 전개 상 장편 장르소설이 아니었을까?

  이 작가의 4개의 단편소설이 실려있는 이번 책   '피가 흐르는 곳'에서  '척의 일생'과 '해리건씨의 전화기'를 읽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척의 일생'은 책을 완독하고 영화를 보았고, '해리건~'은 책을 반 쯤 읽고, 영화를 찾아서 전편을 다 본 후에 다시 책의 남은 반을 읽었다.  소설이 원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영화를 봤을 때의 보통의 내 경험은  오래 전에 읽었던 소설의 희미한 기억을 바탕으로  그 위에 영화를 입혀서 보면서 다시 그 소설의 플롯이나 배경, 인물 등을  기억해 내는 방식이었던것 같다.  그런데 이번엔 거의 같은 시간대에 소설을 영화로, 영화를 소설로 보고 느끼고 비교해 보는 매우 새롭고 독특한 경험을 해 본것 같다.

   글을 읽으며 내 머릿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세상을 영화 속에서  만나는 순간,  어떤 때는 그 인물과 배경이 보여주는 황홀함에 입이 떠억 벌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내가 잘못 이해한 것인지, 감독이 넣은 것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때문에 다시 책을 들춰보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이렇게 사치스런 사유와 감각을 경험하게 해 준 예술가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작가의 이력이 증명하듯 스티븐 같은 타고 난 이야기 재주꾼과 이를 알아보고 영화라는 매체로 치환시켜 보여주는 영화인들이 있어 나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끊임없이 울고, 웃고, 화나고, 무서워해 가며 세상을 잘 견디고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 한 사람이 사라질 때 무엇이 함께 사라질까?', '삶과 죽음, 그 사이의 모든 것이 신비'라는 것을 알게 해 주고, 내게 주어진 일생 중 오늘, 지금의 나를 생각하게 해 준 '척의 일생'은, 드럼에 맞추어 멋지고 환상적으로 춤추는 척을 실감나게  보여 준 영화인에게 조금 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짧은 지면 안에서  '거부할 수 없는 기술 발전 속에서도 자기 속도대로 살아가며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사람들',  '환상적이고 마술적인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솜씨' 로 지금의 기술위기를 다시 되돌아보게 해 준 '해리건~'은, 등장 인물 사이에서 오가는 담백하고 간결하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짧은 문장의 아름다움에서 작가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아이쿠! 내가 감히 대작가와 감독을 평가하다니~ 그래도 독자로서 관객으로서의 소망이 있다면,  정말 좋은 영화를 소설이나 어떤 형태의 글로 활자화해서 만들어 주는 작가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설마 나만 모르는 이런 작품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술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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