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방향을 잃곤 한다

2403 시즌 - 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자장가
2024-05-16 11:43
전체공개

살아가면서 늘 방향을 잃곤 했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명확하지 않아서, 혹은 원하는 것이 달라져서 처럼 나에게서 비롯된 경우일 때도 있고, 다른 사람들과 발걸음을 맞추어야 하거나 예상치 못했던 세상의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것처럼 다른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경우도 있다.
그때 나는 때로는 '합리'와 '선의'를 이유로, 때로는 여러가지 '제약'과 '한계'를 이유로 무언가를 하거나 혹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선택들을 가끔씩 꺼내서 생각해본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때로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쳤고, 대부분의 경우 그 결과를 돌이킬 수는 없게 되었다.
 
나는 '모리'의 말을 그런 맥락으로 읽었다.
 
"우리가 용서해야 할 사람은 타인만이 아니라네, 미치. 우린 자신도 용서해야 해."
"우리 자신을요?"
"그렇지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가 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용서해야 하네. 했어야 했는데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일이 이러저러하게 되지 않았다고 탓할 수만은 없지. 나 같은 상황에 빠지만 그런 태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네."
 
그것이 더 오래되고, 더 고통스럽고, 그 결과로 무언가 돌아갈 수 없는 선을 지나게 된 경우일 수록, 용서하기 어려운 기억으로 남게 된다.
'모리'의 영혼 깊숙한 곳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서 11살 소년 '마히토'를 통해 표현되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기억은 죄책감의 원형처럼 평생을 따라다니게 된다.
 
어머니는 병이 나기 전까지는 사탕가게를 운영했고, 병이 난 이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주무시거나 창가에 앉아서 보냈다. 항상 약해 보였다. 그녀는 이따금 아들에게 약을 갖다달라고 소리치곤 했는데, 길에서 스틱볼을 하던 어린 모리는 그것을 못 들은 체했다. 어린 마음에 어머니의 병을 모른체하면 그 병을 물러가게 할 수 있다고 믿었으므로. 이런 방법 외에 달리 어린애가 어떻게 죽음과 맞설 수 있었겠는가?
 
'모리'와 '미치'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그런 점에서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원칙'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른 한편으로 '모리'가 살아가면서 배우고 실천했던 '교훈'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모리'의 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사람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미치'처럼 돈을 벌고, 지위를 얻는 것에 정신이 팔려 그것을 무시하거나 망각하고 지내고 있을 뿐이다. 
소파에 갇혀 움직이지 못하는 노교수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공감을 하는 것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에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 보면서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이 '우화'가 아니라 '실화'였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삶을 찾는 것에 대해 얘기한 것 기억하나? 적어두기도 했지만, 암송할 수 있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신을 바쳐라. 자기를 둘러싼 지역 사회에 자신을 바쳐라. 그리고 자기에게 목적과 의미를 주는 일을 창조하는 데 자신을 바쳐라."
 
살아가면서 늘 방향을 잃곤 했다.
그럴 때마다 늘 '생각이 깊은' 사람들을 부러워했었다. 그런 사람이 나와 동년배일 경우, 어떻게 거기에 가 있는지가 부럽고 막막했었다.
그 간격을 줄이기 위해 찾은 방법이 책읽기이다. 
오래 전에 사두고 읽지 않았던 좋은 책을 이번 기회에 꺼내들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모리스 모리 슈워츠(Morris "Morrie" Schwartz): 1916년 12월 20일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러시아에서 이민 온 유대인이었다. 어린 시절을 뉴욕 빈민가에서 보냈다. 어려움 속에도 브랜다이스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됐다. 이 대학에서 35년간 후학들을 가르쳤다. 동료와 함께 쓴 『정신병원』은 사회심리학 고전으로 불린다. 1994년 루게릭병에 걸려 1995년 11월 4일 숨을 거뒀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TV에 출연, 살아있음의 소중함을 일깨워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실제 주인공이다. _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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