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속, 자리를 지키는 나무

<피가 흐르는 곳에 (척의 일생)> - 스티븐 킹 독후감

희락 프로필 희락
2026-02-27 00:16
전체공개
해리건 씨의 전화기를 보며, 과거로 돌아가 보았다.
나는 어릴 적 춤을 췄다. 잠깐이었지만 이때의 추억은 잊지 못한다.
15살 무렵 춤을 추게 되었고, 학교 복도에 매끈한 곳이 있다면 그곳은 나의 무대가 되곤 했다.
수많은 바닥을 휩쓸고 다니던 시절, 같이 춤추던 형들에게 타고났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상상도 못 했다.
어린 나이에 타고났다는 소리를 듣다 보니 자만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로 인해 나에게는 슬럼프가 찾아왔다.
결국 어떻게 빠져나와야 할지 출구를 찾지 못했다. 이러한 경험이 있었던 나는 크레이그를 보며, 주변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어른이 있었다는 것이 부러웠다.

다시 과거를 지나 현재로 돌아와, 최근에 고향에서의 직장 동료였던 사람들과 일본을 다녀왔다.
어느 날 관광지를 많이 돌아다니며 시간을 가득 채우다 보니 다리와 허리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물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모두가 앓는 소리를 냈다.
하루의 마무리를 위해 숙소 근처 이자카야로 갔다.
우리는 가라아게가 맛있다는 리뷰가 있는 가게를 선택해 침을 삼키며 달려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우리 중 한 명만 일본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가게에 도착해 메뉴를 고르며 우선 가라아게를 먼저 시키기로 했다.
일본어가 되는 동료가 주인분과 대화를 나누며 주문을 마친 것 같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주인분께서 준비하시는 접시들을 보았는데 모두 동일했다.
나는 뭔가 잘못된 것을 인지하고 동료에게 물어보았다.
알고 보니 가라아게를 1인당 1개씩 주문해버린 것이었다.
다들 먹고 싶다고 하긴 했지만, 다른 것도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건 센스의 문제일까, 아니면 나의 기대가 문제였을까. 많이 당황했었다.
다 먹고 숙소로 돌아갔다. 결국 1인당 1개씩 시켰던 이야기를 꺼내며 답답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여행이 끝나 집에 돌아와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동료가 얼마나 순수했던 것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와 여행 스타일도 분명 달랐을 텐데 불만을 꺼내지 않았다.
나는 요즘 시대에 중독되어 있는 것 같다. 내 생각이 아닌,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중독되어 다른 시야를 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동료에게 연락해 그때의 일을 사과하고, 분명 달랐을 텐데도 고생 많았고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달했다.

척의 일생 영화 속 춤추는 장면을 보며, 춤과 음악을 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나, 그리고 나의 무대.
음악에 몸을 맡겨 춤을 추던 나의 모습.
음악 소리와 나의 숨소리에 집중하던 관중들, 그리고 나의 목소리.
근심을 접어 두고 한 곳에 집중하던, 잊을 수 없는 나.
진정한 삶과 무엇이 가치 있는 것인지 되묻게 되는 요즘, 예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

이번 명절에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술을 마시다 갑자기 예전에 천재라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이 떠올랐다.
빈말일지 몰라도 그런 말을 들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만해 보이거나 겸손하지 않아 보일 것 같아 없었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술기운 때문이었는지, 갑자기 든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친구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는 들은 적이 있었다는 말을 이어, 서울에 다시 올라가면 더 열심히 살겠다는 포부와 다짐을 말했다.
솔직히 친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어릴 적 여러 경험과 환경으로 인해 자만의 위험을 잘 알고 있다.
나에 대한 제한을 스스로 두고 싶지 않았고, 흔들리고 있던 나를 믿고 싶었기에 던진 말이었던 것 같다.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모두가 말리며 그만두라고 했다.
당장은 타고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타고나게 태어났고, 나의 타고남이 아직 꺼내지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 인정해 버리고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러한 수많은 예전 생각과 다짐들이 책을 읽으며 스쳐 지나갔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흔들리면서도 다시 자리를 잡으며 나 자신을 믿고 계속 도전하는 나에게 칭찬 한마디를 던져주고 싶었다.

나는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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