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아직 유효한가.
가을아침
2024-07-07 13:25
전체공개
오래된 질문이 있다. 인류가 자연을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바라보는 나를 인식의 주체로 떠올렸을 때, 그리고 보이는 세계와 보는 나의 관계를 나누어 보기 시작했을 때 시작된 질문, 그것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이다. 이 물음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철학의 주제이며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칸트 등 중요한 성과를 보여 준 철학자만 해도 적지 않게 꼽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이나 FMRI 등 최신기술을 이용한 인간의 몸, 뇌와 신경계통에 대한 연구 성과는 나의 주체에 대한 질문을 바꾸어놓고 있다. 마인드 체인지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하게 된 것은 인간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물음을 어떻게 바꾸어나가고 있는가이다. 디지털 시대, 트위터 카카오 페이스북 등 SNS가 모든 사유와 만남을 독점해버린 시대, ON LINE이 우정과 관계, 강의실의 대면수업, 부모와 자식 가족 이웃간의 관계를 OFF LINE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밀쳐버린 시대에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어쩌면 그것은 '나는 누구인가'라고 묻는 것,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표정을 읽으며 묻고 대답하며 살아가는 것, 질문하는 삶 자체가 아닐까.
수전 그린필드가 ‘마인드 체인지’에서 주시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우리의 뇌가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관점이다. 책에서 그는 디지털 기술이 바꾸어놓은 현대사회 그리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ON-LINE이 OFF-LINE을 대체하면서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난폭하고 자극적인 게임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인식론에서 오랬동안 논의되어 왔던 마음의 문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생각이나 마음과 같은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물질적인 뇌와 관계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제6장, 뇌는 어떻게 변할까. 96쪽 이후). 이러한 논지는 아동이나 청소년기의 학생을 지도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사례이며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부분보다는 ‘인간에게 뇌는 무엇인가 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라는 측면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수전 그린필드가 ‘마인드 체인지’에서 주시하는 것은 이러한 변화를 우리의 뇌가 어떻게 대처하는가라는 관점이다. 책에서 그는 디지털 기술이 바꾸어놓은 현대사회 그리고 이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모습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기술은 인간의 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는 인간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가, ON-LINE이 OFF-LINE을 대체하면서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성장기의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난폭하고 자극적인 게임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그리고 인식론에서 오랬동안 논의되어 왔던 마음의 문제,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로서의 나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를테면 ‘생각이나 마음과 같은 인간의 정신이 어떻게 물질적인 뇌와 관계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다(제6장, 뇌는 어떻게 변할까. 96쪽 이후). 이러한 논지는 아동이나 청소년기의 학생을 지도하는 이들에게 매우 유의미한 사례이며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부분보다는 ‘인간에게 뇌는 무엇인가 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관점에서 인간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라는 측면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1. 나에게 뇌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의문은 ‘나’의 존재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존재한다. 그것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그러나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나의 존재를 가정하고 시작되는 논의가 논점 선취의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뇌과학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나’라는 주체의 문제다. 나에 대한 오래된 관점의 하나로 ‘나는 몸을 가지고 있고 나와 몸 사이에 뇌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내가 뇌를 사용하여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것, 그 결과로 몸의 행동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디까지나 나를 주관하는 것은 나의 정신이라는 것,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나, 슬픔 고통 외로움을 느끼거나 타인과 대화하며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모든 것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다. 컴퓨터로 비유하자면 뇌와 몸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 대응하는 셈이다. 이러한 생각은 너무나 견고하여 ‘나 아니면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떠올리기조차 어렵다. 내가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나 자신에 의한 결정이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그렇게 한다는 말인가.
2. 뇌에게 나는 무엇인가
그러나 최근의 뇌과학은 이러한 관점에 의문을 제시한다. 인간은 자신이 바라보고 느끼고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러한 판단을 하기 이전에 이미 뇌가 내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정을 내가 했다고 믿게 하는 것 역시 뇌의 작용일 뿐이라는 것. 이러한 가설은 ’나‘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생각하는 나이며, 뇌는 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관점을 전이시킨다. 나의 주체는 뇌이며 나의 정신은 뇌의 작용에 의해 외부와 소통하기 위해 뇌가 발현시킨 도구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레고리 벤스는 ’The self Delusion’이라는 책(‘나라는 착각’으로 번역, 홍우진역)에서 뇌가 어떻게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내는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마인드체인지에서 자의식의 부재, 내가 나라고 생각해 온 마음이 어떻게 수동적인 상태가 되며 손상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제8장, 마음을 잃어버리다. 120쪽)할 때도 이러한 관점을 생각하게 한다. 마음은 뉴런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는 뇌의 개인화일 뿐이며, 한 인간이 살아오면서 축적한 경험이 마음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뇌가 이러한 경험을 축적하고 연결망을 형성하여 만들어진 것이 마음이고 정신이며, 뇌에게 있어 나는 외부와 소통하고 관계하는 ’뇌의 표현형‘에 불과하다. 다른 말로 하자면 주체는 뇌이고 나는 뇌의 대변인이라는 것.
3. 유전자의 관점
이 책의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이지만 유전자의 관점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중요한 변화를 보여준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대사와 복제’를 통해 유지된다.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인공지능과 같은 변화된 지성의 출현으로 인해 조금씩 바뀌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대사와 복제는 생명체의 정의로 기능한다.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 그리고 ‘주체에 대한 논의를 제3의 관점으로 전환시킨다. 이를테면 뇌를 비롯한 몸과 마음은 모두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와 대사를 위한 도구이며 인간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결국 유전자가 이러한 목적에 유리하도록 진화시켜 온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리터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통해서 나의 모든 부분, 정신을 비롯하여 경험이나 몸의 기능이 유전자의 종속을 위해 만들어진 기계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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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체인지를 읽으며 가장 관심 있었던 부분은 디지털 문명과 마주하게 된 인류가 정신적으로 수많은 부정적인 영향을 극복하고 더욱 창조적인 정신문명을 어떻게 이룩해낼 것인지다. 수전 그린필드는 몇 가지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지는데 그중 하나는 뇌의 가소성이다. 인간의 뇌는 외부 환경에 반응하면서 스스로 자신을 변화시킨다. 이러한 능력은 디지털 환경이나 주의력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소셜 미디어 등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면서 인간의 정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해 나갈 것이다. 가소성의 한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성은 외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뇌는 환경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러한 환경에 적응하고 수용하며 개체로서의 생존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가소성이나 적응성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디지털 문명이 인간의 뇌를 어떻게 바꾸어놓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인간의 뇌는 디지털 문명에 어떻게 반응하며 대처해 나가고 있는가로 바꾸어 물을 수가 있다. 전자가 수동적이라면 후자는 능동적인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바꾸어 묻는 것은 산업혁명 정보혁명에 인간이 현명하게 대처해 왔듯이 앞으로 인공지능이나 특이점 이후의 시대에도 인간이 잘 정응해 나갈 것이라는 낙관적 관점을 가지게 한다. 아무튼 나날이 변모하고 있는 기계문명, 디지털, 소셜 미디어는 그 자체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보다는 이러한 변화를 인간이 어떻게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마인드 체인지는 디지털 문명에 대응하는 지침서로 기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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