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명품
경비병
2024-07-17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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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 토요일 일기
책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가 드디어 내 손에 들어왔다. 오래전에 절판된 책이라 당근에서 15만원으로 겨우 구할 수 있었다. 분명 그 이상의 돈을 벌어다 줄 것이다. 나는 가지고 싶은 드림카, 명품들을 목표로 하며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집에 들어와 책을 펼치자마자 19페이지에 내 가치관에 힘을 실어주는 문장을 바로 만날 수 있었다.
“’부자’가 되었기 때문에 ‘고급 승용차’를 가지고 싶어진 것이 아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싶었기 때문에 비로소 그것을 살 수 있는 ‘부자’가 된 것이다.”
캬.. 정말 감탄만 나온다. 이 문장을 인스타에 올렸더니 바로 애들이 책 빌려달라고 난리다. 그 바로 다음 게시물로는 발렌시아가 벨트를 올렸다. 지난 주말에 산 벨트인데 업로드 타이밍 맞추려고 아껴뒀다.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 책 바로 다음에 발렌시아가 벨트라니 스토리라인 쥑인다 ㅎㅎㅎ. 이게 한 달간 좀비처럼 일한 것에 대한 보상이지, 뭐가 보상이랴?
재영이 삼촌이 한 달간 일기를 쓰면 생일에 선물을 준다고 했다. 정확히는 “한 달간 일기를 쓰면 네가 그리 좋아하는 명품을 선물해줄게”라고 하셨다. 나는 어떻게든 꾸역꾸역 써왔고 드디어 내일이 생일이다! 내가 가지고 싶은 신발과 옷의 목록을 말씀드렸다. 그런데 으흠.. 삼촌 성격상 목록 중 가장 저렴한 것이나, 유행지난 브랜드를 선물해주시겠지? 그래도 뭐 초등학교 이후로 오랜만에 일기 쓰니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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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4 일요일 일기
일어나니 집 앞에 택배가와 있었다. 고향에서 삼촌이 보낸 것이다. 역시나 삼촌이 보낸 택배에는 내가 요구했던 명품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러나 내가 잊고 있었던 물건이 들어있었다. 바로 ‘산타클로스’ 인형이다. 내가 아기 때부터 초등학생 때까지 안고 자던 애착 인형이다. 중학교 올라가면서 이사할 때 이후로 보지 못했는데, 그때 이사를 도와주던 삼촌이 이제는 내 관심 밖인 인형을 챙겨놓으신 것 같다. 당시 사춘기로 접어들던 내게 버려질 걸 예상하셨던 것이다. 택배에는 편지도 들어있었다. 삼촌 답게 간결했다.
명품이라 해서 기대했지? 너희 아버지한테 다 들었다. 아이구 이놈아 아직도 삼촌을 모르냐?
삼촌이 이런 선물은 한 이유는 진정한 명품이 뭔지 알려주기 위함이란다.
이 인형이 네게 그런 감각을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민석아 사물의 아름다움은 맥락 속에 존재한단다. 그 맥락은 네 가슴속에 있고 네가 만들어가는 거야
가슴밖의 아름다움에만 의존한다면 너는 거기 끌려다닐 수밖에 없어, 대게 시장이 정의해 놓은 아름다움이지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운단어를 거기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최고급 원단으로 직조된 명품을 사는데 쓸 에너지를 가슴속 맥락을 직조하는데 쓰거라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사물에 추억을 보태라
그러면 주위는 너만의 명품, 명품인 사람들로 채워질 거야
그게 바로 너의 개성이야 한정판을 갖는 게 개성이 아니란다.
가슴속에 아름다움을 직조하고 풍성하게 살아라
From. 민석이의 명품이 되고 싶은 삼촌이
삼촌의 의도를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다. 생각에 잠겨 인형을 바라본다. 인형도 나를 바라본다.
댓글
가을아침 |
4개월 전
명품에 대한 삼촌의 생각에 한 표
그것을 이해하려고 생각에 잠긴 경비병님께도 한 표를 던집니다.
오랜 시간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소중하고 값진 명품 선물을 준
명품 삼촌이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부럽부럽 ~
그것을 이해하려고 생각에 잠긴 경비병님께도 한 표를 던집니다.
오랜 시간의 기억을 되살려주는 소중하고 값진 명품 선물을 준
명품 삼촌이 있어 행복하시겠어요. 부럽부럽 ~
경비병 |
4개월 전
앗 감사합니다. 이건 제 진짜 일기는 아니고요. 독후감을 이야기 형식으로 써봤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