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가소성이 있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이야
자장가
2024-07-25 03:23
전체공개
[빌드업에 감탄하다]
머릿글을 제외하고 20개의 장, 번역서 기준 321쪽으로 구성된 본문과 81쪽에 달하는 주석(결국 주석을 꼼꼼히 따라가면서 읽지는 못했다).
본문 중 1~4장은 쟁점의 정리에, 5~8장은 이후의 논지를 연결시키는 기반으로서 뇌와 마음에 대해, 9~12장은 소셜 네트워크, 13~15장은 게임, 16~19장은 구글(혹은 구글 글라스)가 각각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그리고 20장은 기술적 진보 구체적으로 디지털 생활양식이 우리의 세가지 욕구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해결을 위한 방향성에 대해.
"기술 혁신이 크나큰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한편 예기치 못한 문제를 낳을 가능성도 늘 있으므로 언제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폭넓은 증거들을 토대로 할 때, 분별있게 적절히 기술을 사용하여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난 사례는 알지 못한다."
뇌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신경과학자인 저자는 위에 언급된 교육부 차관의 진술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뇌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가'라는 주제의 연구를 시작했고, 광범위한 메타 연구를 통해 디지털 기술이 우리의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야기를 설득력 전개한다.
책을 읽으면서 주장하는 내용보다 더 주목했던 부분은, 뇌라는 물질적 현상과 마음이라는 심리적 현상이 중첩되는 영역에 대해 그리고, 디지털 기술이 해당 영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과학자들과 일반인들이 모두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나가는 기술이었다.
저자는 적어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저자의 주장처럼), 다양한 사실들로 이루어진 점들을 발견 수집하고, 이 점들을 연결하고, 다른 무언가에 비추어서 보고, 그럼으로써 각 요소를 전체의 일부로서 이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최고 수준의 '지식' 혹은 '결정적 지능'이 구성될 수 있음을 실제 사례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전체적으로는 잘 만들어진 '이야기'에서 각 요소들이 서로 연결되어 어울리는 의미 체계를 구성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는 앞에서 언급된 개념들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처럼) 이후의 논증 과정에서 빠짐없이 활용되고, 각 장의 마지막에서 다음 장의 이슈를 언급하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개별적인 논증 과정에서 '통념에 기대는 주장'에 기대지 않고 과학적 연구의 기본 원칙을 충실하게 지키려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읽는 재미가 있었다.
논증 과정과 관련하여 학자다운 저자의 주장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증거라는 문제가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하게 부정하는 주장이 지닌 문제점은 설령 그것을 뒷받침할 과학적 발견이 전혀 없다고 해도, 증거가 없다고 해서 그 주장이 틀렸다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학에서는 실험을 해서 주장을 뒷받침하는 발결을 해야 결정적으로 입증할 수 있지, 부정적인 주장을 부정하는 결과를 내놓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가소성을 믿어야 한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 더 구체적으로 소셜 네트워크, 게임, 검색엔진이 우리의 뇌에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는 설명은 대단히 놀라운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인간 본연의 욕구 체계에 근거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으며,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사업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것은 '디지털 이민자'로서 내가 현대의 새로운 3신기에 어느 정도 '중독'되어 있는지, 그렇다면 '해독'이 가능한지에 대한 것이었다.
나는 스스로가 '지루한 일에서 도망가려는 성향'이 강하고, '유혹에 약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주제가 나오면 은근히 걱정부터 되는 편이다.
나는 스스로가 '지루한 일에서 도망가려는 성향'이 강하고, '유혹에 약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주제가 나오면 은근히 걱정부터 되는 편이다.
소셜 네트워크와 게임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다른 하나 검색엔진에 대한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상태인 것으로 생각되었다.
예전에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마인드 맵'을 사용하면서 (저자의 표현을 적용하자면) 점들을 찾아내고, 연결하면서 마음 속에 주제별로 체계도를 정리해두곤 했었는데, 어느 틈에 그 일을 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정리한 내용이 있는지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마인드 맵'을 사용하면서 (저자의 표현을 적용하자면) 점들을 찾아내고, 연결하면서 마음 속에 주제별로 체계도를 정리해두곤 했었는데, 어느 틈에 그 일을 하지 않고 다른 누군가가 정리한 내용이 있는지를 찾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화이트보드나 연습장에 직접 쓰거나 그리는 일이 시나브로 줄어 있었고, 마우스 클릭 혹은 태블릿에 태핑하는 것으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있었고, 자료를 차분히 독파하기 보다는 어떤 내용인지를 확인하고 저장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있었다.
몸이 운동을 하지 않게 되면 점점 활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정신 활동에 있어서도 힘든 운동을 조금씩 피하고 편안함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뇌가 가진 '가소성'은 연령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하니, 지루하고 힘든 작업들을 시작하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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