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여오름
2024-08-21 11:27
전체공개
엄지(용기)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은 “사람이 정말로 필요로 하는 것은 긴장 없는 상태가 아니고, 보람 있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기 있어야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긴장된 상태가 싫었다. 긴장하면 잠이 안 온다. 걱정의 걱정이 꼬리를 물고 긍정적인 부분보다는 부정적인 부분들이 뭉게뭉게 떠오르다 꿈에서까지 부정적인 상황들을 맞닥뜨린다. 두 번째로 나도 모르게 숨을 참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심장의 기능이 감소하게 되고 신체 곳곳에 산소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적으면서도 잠깐 숨을 참았다. 긴장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나는 써 내려간다. 용기 있게, 내면의 나를 들여다보며.
검지(돌봄)
내 마음을 돌보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려운 상황들을 만날 때 회피하고만 싶어진다. 해결이 되지 않지만 당장은 내 눈앞에 없기에 옅은 숨을 내쉴 수 있게 된다. 청소시간을 줄이기 위해 로봇청소기를 사고 설거지를 도와주는 식기세척기를 사는 것 이외에 나의 마음도 돌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 일과를 돌아보고 그때 느꼈던 감정, 대화 등을 적어보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도피하지 않고 해결해 본다. 단단한 일상에 나를 돌보고 연대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중지(확장)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사람이 되려면 생각이 확장되어야 한다. 좁은 시야와 생각 속에 갇혀있게 될 때 나는 벽과 벽 사이에 끼여있는 것 같다. 지속될 때 냉소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또한 경쟁과 많은 스트레스로 인해 냉소적인 태도를 형성하게 되는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길어지며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며 마인드맵처럼 확장되고, 독후감을 쓰면서 생각을 내뱉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으며 소화시킨다.
약지(함께하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처음에는 관찰하며 표정을 읽는다. 뻔뻔해야 하는데 거절당할까봐 두려워 눈치 보았다. 주변에선 돌이켜보면 거절당하는 것도 경험이라고 말한다. 소중한 경험들이 쌓였다. 그러다보니 뻔뻔해졌다. 뻔뻔하게 질문하고 듣는다. 생각을 공유하며 영양가 있는 대화가 되었다. 눈치 보며 선을 넘지 않기 위해 겸손한 자세를 취한다.
‘함께’라는 단어를 보고 있으면 아무래도 독서모임 생각이 많이 든다. 참여해 내 생각을 말하고 나와 다른 생각들을 듣고 서로의 생각들에 귀 기울임으로써 감사함을 느낀다. 또 하나의 인사이트가 열리는 느낌이다.
그렇다고 우리 집 소파에 앉아있는 것처럼 편하진 않은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소지(기록하기)
나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편지를 쓰고 싶다. 나를 위해선 일기를 쓰고 싶다. 내면을 갈고닦으며 마음 근육들을 벌크업하고 싶다. 내가 하고 있어야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 같다. 마음의 여러 가지 이름들을 기록하고 곱씹어 보았다. 그중에 ‘자아의 핵심’이 눈에 띈다. 조지 오웰에 <1984>에서는 자아의 상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아는 주체적이지 않고 끊임없는 세뇌를 당하게 된다. 자아의 핵심인 마음이 나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리게 됐을 때를 상상해 보니 당시에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피부로 와닿는다. 공포스러울 것 같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느낌이 들 것이다. 마음=자아가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기록할 수 있는 나날이 특별해지는 것 같다.
나는 주먹을 꽉 쥐어본다. 마음(손바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댓글
새서울도련님 |
3개월 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