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희망을, 미래는 어디서 살아나갈 힘을 찾아야하는가.
동그라미
2024-08-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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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한 건 세월호 때였다. 그리고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고, 전 대통령이 책 추천을 하면서 주목을 받았을 때 슬쩍 읽다가 내려놓은 적이 있다.
특히 기자 공부를 했을 때, 시민 참여 활동들을 많이 했을 때 꼭 추천받던 책이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사회 참여의 실천성에 가장 큰 힘과 동기를 주었던 책이기도 했다. 그러다 4년전 제대로 읽었고 그때도 슬퍼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모든 사람들이 제 살길이 가장 우선적이고, 국가마저도 그럤던 시절, 내게 시민의 마음가짐에 대해서 생각해보게했도던 책으로 기억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노하고 슬펐고, 무력감을 느끼게 해준 책이었다. 그 때 개인의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바꾼다는 일이 지쳐갈 때, 봤던 책이라 내겐 더욱 무력감을 준 책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읽으면서도 몇 년이 흐르는 동안 상대적으로 내 마음이 좀 더 무뎌져 가는 것 같아 슬펐고, 다시 한 번 이 책을 보면서 더욱 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 ‘민주주의의 마음’ 이라는 것이 정말 글로서가 아닌, 마음에서의 실천과 개인적인 실천을 요구하는 것인데, 과연 이 사회는 얼마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이 책에서는 Bottom up 을 통해 민주주의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는 우리에게 잊혀지지 않도록 마지막 신사로서의 요청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개인은 더욱 더 파편화되어갔고, 불평등은 더욱 심해져가고 있다. 사실 코로나이후의 부로만 보면 생기는 90%의 부는 1%의 부자들에게 간다고 한다(미국기준). 미국은 더욱더 약물 중독과 남용의 국가가 되어 오피오이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고, 미국같이 힘든자들의 공동체가 더욱 발달했던 곳도 이미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은 말해 뭐하리) 사실 저자가 꿈꾸었던 사회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쓴지 10년도 안되어서 몇 배는 더 반대로 심해졌을 것이다. (불평등은 더욱 심해졌고, 시민 참여는 더욱 더 떨어졌고, 사려깊은 토론은 떨어졌고, 계층간 이동은 20세기이후 최악이 되었다고 한다) 아마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과 계층, 조직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들은 더욱 더 적어졌을 것이고,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회를 지탱해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그 사람들 덕분에
이 책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처럼 민주주의는 시민의 마음과 시민사회의 성숙도만큼 다음 단계로 간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과연 우리는 그렇게 가고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시민사회는 성숙과 참여가 없으면 분열과 부서진다는 건 너무 자명한 사실인데 말이다. 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비통함이 민주주의의 균열이라고 생각한다. 이 균열이 어디까지 계속 다른 것으로 덮여지고,, 덮여질지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은 이 균열이 있어야 결국 빛도 생기고 동력도 생기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고, 참 마음을 복잡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늘 김수영 시인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라는 시가 늘 떠오른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아무 생각없이 오랜만에 다시 봤는데 갈비가 50원이었다니,,, 그것도 놀랍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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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 번씩 네 번씩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 김수영,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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