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한 자들을 위한 민주주의'를 읽고서
지니
2024-08-2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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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민주주의는 민주주의 삶 속에 살아가며 ‘민주주의’ 가 무엇인지도 의식하지 못한 채로 살아가는 그런 것이었다. 마치 매일 호흡하면서 호흡을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힘겨운 상황 속에서 한 숨을 몰아 쉬고나서야 비로소 숨을 쉬고 있고, 숨 쉬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는 것처럼 민주주의도 민주주의가 위협당하는 상황이 도래 했을 경우애나 겨우 인식하게 될까말까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호흡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나는 민주주의 삶 속에서 건강한 시민이길 희망하며 생활해왔던 것 같다. 다만 그것이 그것인지 미쳐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을 뿐.
나의 자유의지로는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전혀 손이 가지 않을 제목과 표지한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은 놀라움의 연속의 책이었다. 이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과 그 고민을 해결해야 하는 삶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계속 해결되지 않는 감정들 중에
‘서로의 다름을 느낄 때, 왜 절망적일까? 왜 공격적이 될까?’ 라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면,
차이를 느낄 때의 절망감은 아마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내 마음을 공감받고 싶어서, 내가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도 같이 느끼고 생각할 때 우리는 안도하게 된다.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내가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하지만 그렇지 않는 상황일 경우 상대가 전혀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반대의 입장일 경우에는 나의 느낌과 생각이 틀리지는 않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거기에 더해 상대가 내 의견을 비판하거나 비난하게 되는 경우에는 나도 모르게 위축되고 상처받는다. 순간 친한 친구를 잃어버린 감정마저 든다. 그런 경험들이 나 역시 상대방과의 다름을 느낄 때 인식하지 못한 상태로 상처받지 않기 위해 방어적인 태도로 상대의 의견에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건 아닐까? 상대와의 관계가 적당한 거리가 있을 때에는 비교적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아 어느정도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할 수도 있지만 아주 가까운 관계일 때 상대가 나의 느낌과 생각에 비판적이거나 냉소적인 태도를 취할 때 정말 절망적인 기분마저 든다. 내가 느낀 느낌과 생각이 그저 나라는 존재가 경험한 감정과 생각 뿐인데 나라는 존재 자체가 거부당하는 감정마저 드는 건 왜일까? 가까운 관계에서 거부당했다는 감정이 들면 상처를 받는다. 마음이 부서진다.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거부했다는 감정이 분노로 변하기도 한다. 그리고는 관계 속에서 거리를 둔다. 그런 감정들이 내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 연기처럼 피어오른다. 그러다 문득 내면의 상황을 인식하고 이 정체 모를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상처받은 부서진 마음이 관계를 분리 시킬 것인가, 아니면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것인가?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은 이러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마음의 문제를 성찰 함으로 민주주의의 복잡하고 도전적인 질문들을 훈련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상생활은 비통함을 다루는 연습의 기회가 끊임없이 제공되는 영혼의 학교다. 우리가 무언가를 열망했다가 실패할 때, 희망을 가졌다가 그것이 무너질 때, 누군가를 사랑했다가 그를 잃어버리는 아픔을 경험할 때, 연습의 기회들이 주어진다. 이 어려운 경험들 안으로 들어가 의식적으로 맞닥뜨릴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운동을 하면서 부드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 p.115
“우리는 자신의 방어를 깨부술지 모르는 것에 대항해 자신을 차단해버린다. 우리 자신의 갈등을 향해 열어놓으면 자신과 세계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때 새로운 삶이 가능해진다. 갈등으로 인해 우리가 왜소해지고 더욱 두려워지는 대신 위대해지면 더욱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까, 그것은 일상의 경험에서 마음을 여는 훈련을 기꺼이 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 p.118
‘차이의 인정과 다름의 가치를 어떻게 체험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갈등의 에너지를 어떻게 창조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는가?’
‘형식을 넘어 의미있는 배려와 존중은 어떻게 가능한가?’
‘일상의 작은 사건이나 현상에서 감수성있게 질문할 수 있을까?’
‘나만의 나름의 의견을 갖고 당당하게 표현하려면, 또는 적극적으로 의사을 표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을 넘어 그 존재 자체에 진심어린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가?’
‘존재를 함부로 판단하거나 평가하지 않고 신뢰와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가?’
‘삶에 주체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을 갖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삶 속에서 우리가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체감을 하기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등의 일상 속 삶에 대한 고민과 질문이다.
이런 일상 속에서 품고 있던 삶에대한 나의 태도에대한 고민들에 대해 이 책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마음의 습관(자세)’로 묻고 대답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민주주의가 어떤 대단한 이데올로기 이전에 인간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삶의 소통방식이라는 점이었다. 자기 자신과의 내면의 소통을 넘어 타자와의 소통 그리고 집단과의 소통 말이다. 그 소통을 위한 자기 성찰을 통한 삶을 대하는 건강한 태도가 자신과 가족, 친구, 동료, 이웃을 넘어 사회로, 국가로 일직선으로 연결되어 다양한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고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하는 주된 열쇠라고 생각한다.
‘갈등을 끌어안으면서 창조성으로 전환시켜 새로운 생각과 행동 양식 그리고 서로에게 개방적일 수 있는 시민과 시민 지도자들에 의해서 작동되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긴장을 끌어안는 것은 잘 단련된 마음에 의해서 가능하다. ‘ - p.53
‘우리 국민이 민주주의의 긴장을 시민 공동체의 새로운 형성 쪽으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이 부서져 우리를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부서져 열려 다양성을 수용하도록 습관을 가꿔나가야 한다.’ - p.83
‘건강한 자아가 지닌 정체성은 자기와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다른 사람들, 심지어 (때로는 특별히) 낯선 타인과 함께 있으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건강한 자아는 자신의 두 다리로 서 있으면서 공동체에 의존하고 기여하는 여러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 자아는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시민들에게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의 역동을 다루는 기회를 풍부하게 제공할 때만 그러한 자아가 형성된다.’ - p.125
‘인간의 마음은 민주주의의 첫 번째 집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묻는다. 우리는 공정할 수 있는가?우리는 너그러울 수 있는가?우리는 단지 생각만이 아니라 전 존재로 경청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의견보다는 관심을 줄 수 있는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를 추구하기 위해 용기 있게 끊임없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동료 시민을 신뢰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가?’
– 테리 템페스트 윌리엄스, [관여]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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