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눈으로 성장하기

<월든 (10장~)>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독후감

봉천동 조지오웰 프로필 봉천동 조지오웰
2026-04-1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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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에서 표현한 1년은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까지가 상상(신화)인가? 숲에서의 첫 1년이 담긴 월든은 8년을 고쳐 쓴 것이다. 자연을 표현한 많은 부분은 경험한 즉시 쓰인 게 아니라, 시간이 흘러 영혼이라는 프리즘에 의해 굴절되고 비틀어지고 확장되어 신화로서 쓰였을 것이다. 출판에 실패한 덕분에 18장까지 더 농익은 시인으로서 성장해가는 8년간의 모습이 담겼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서 점점 허구적인 상징들로 진화한다. 시인으로 성장하는 '커리어 로드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고 묘사할 수 있는 능력이 시인으로 가는 기초다. 신화를 창작하는 소로가 물질세계를 측정하는 '측량사'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호수를 물질세계의 탐구 방식('깊이 측량', '수온', '모래', '얼음 두께')으로 이해하였고. 그 기반을 딛고 시적인 방식으로 호수를 해석하고 표현했다. 동식물들의 종을 알고 특성을 알았으며 그 이해를 기초로 신화를 만들었다. 물질세계에 대한 이해 없이 다음 그단계로 간다는 것은 기초를 건너뛰는 것이다. 

시인의 눈을 가지고 싶다면, 자연을 있는 그대로 탐구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 동식물에 대해서 공부해야 한다. 산행하는 동료에게 지저귀는 저 새는 어떤 새이고, 이 나무는 어떤 이름을 가졌으며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흙은 어느 성질이며, 우리가 잠시 앉아 있는 돌은 화성암인지 퇴적암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될 것이다. 점점 사물과 나의 영혼이 조응하기 시작하고, 실제와 상상의 구분이 사라진다. 소로가 한 것처럼 그리고 독자들이 <월든>을 읽으며 눈치채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다시 한번 (여러 번 반복해도 중요하기에) 얘기하자면. 나는 자연을 관찰하고 서툴러도 글로 표현하려고 애써야 한다. 잎의 색깔과 나무 표피가 갈라진 걸 글로 옮기다 보면 "이걸 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도 꿋꿋이 본 것들을 적어 나가야 한다. 성급하게 시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기초를 다진다는 의미에서 보이는 그대로 적는 연습을 해야 한다. 나무의 각 부위를 뜻하는 단어도 공부해야 한다. 뭐라 칭할지 모르니 쓸 수도 없다. 

시인의 눈을 기르고 싶은 이유는 삶을 풍요롭게 살기 위해서다. 
시인의 눈으로 성장할 수만 있다면 풀 한 포기만으로도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인생이 어떻게 달라지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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