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삶의 적정선은 어디에 있을까

<월든 (10장~)>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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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6 18:28
전체공개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일시적인 쉬었음 청년이 된 이후,
가장 좋은 것은 평일 낮시간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반대로 보자면 그 시간을 방 안에서 우두커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 밖을 바라보기만 할 수도 있다. 킬링 타임. 시간은 금인데. 내가 매일을 이렇게 흘려보내도 되는 것일까.
이 생활 또한 어딘가에서 적정선, 밸런스가 잘 맞는 지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데
일단은 부상을 회복하고 재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이 기간의 최선의 목표이니 더 오버띵킹 하지는 않기로 한다.
(실은 매일 아침 그렇게 생각한다. 열심히 무엇인가 생산적인 것을 하려는 나와 침대에 더 눕고 싶은 게으른 나와의 갈등)

월든을 다 읽고 난 뒤에, 그간 읽고 싶던 책이 많았기에 2회독의 의지는 어디로 가버리고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의 소설이다. 
교보문고에 가면 항상 베스트 셀러 칸에서 볼 수 있어서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던 책이다.  
짧은 단편들은 전부 사람의 마음과 돈에 대한 생각들을 담고 있고 묘하게 비틀린 지점까지 묘사해냈다.
1년간 아무것도 없는 숲에 들어가 자연을 향유하고 
삶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로우, 
과외를 해주던 집 아이가 딱해 보여 온 마음을 다해 지도해 주었는데
그 집이 새 신축아파트로 매매하여 이사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드는 묘한 감정을 묘사하는 김애란.
두 권의 도서를 번갈아 읽으니 마치 내가 시소의 양 끝에 서서 이리로 갔다가 저리로 갔다가,
시소가 지면과 완벽한 평행을 이루도록 기울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기분이었다.

어찌 되었든 현 시대를 살아가며 본인 밥벌이를 스스로 해내는 도시의 현대인에게는
완벽하게 소로우가 될 수도, 그렇다고 물질만 추구하며 자신을 잃어가고 도구로 전락하는 사람이 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선 양 끝에 있든 어느 중간에서 헤메이고 있든 각자의 삶이므로 
누가 누군가에게 이렇게 살아! 라고 강요할 명분은 없다. 
어쩌면 그 적당한 지점은 매번 바뀔 것이고 그것을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삶의 여정에서의 당면과제이지 싶다.

삶을 심플하게 정말 필요한 것들로만 가져가는 것은
짐을 가득 실은 수레가 좁은 집 입구를 통과할 수 없는 것처럼 덜어낼 필요는 있는 일이겠지만,
많이 경험해보고 시도해보고 사서 써보는 과정들이
나의 선호를 찾아주고, 잊었던 나의 감정들을 꺼내어 주기도 하고, 스스로를 알아가는 즐거운 과정이 되기도 한다.
(속마음에 있는 말은 그래서 돈을 열심히 벌고, 불리고, 뭔가를 구매하고 소비하는 일이
탐욕적이기만 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유감스럽게도 돈...좋아요... 많이 벌어서 많은 걸 경험하고 좋은 건 다 써보고 싶은걸요...)

좋아하면 더 알고 싶어지고, 공부하고 싶어서 자료들을 찾아보게 되고,
그렇게 하다 보면 내 영역이 더 넓어지고, 세상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어제 다녀온 커피엑스포가 나에게는 그런 영감을 주었다. 
더 배우고 싶어졌고 더 다양한 산지의 원두들을, 더 다양한 로스터즈들에서 출시하는 커피들을 맛보고 싶고
세상에 이런 영역이 있었다니 이런 재미있는 향과 맛을 선물해주는 커피도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
요가가 너무 좋아서 지도자 과정을 들으면서 요가 철학을 알게 되고,
수련이 깊어지고 세상에 존재하는 나의 몸과 정신과, 숨에만 집중하며 지금 이 시간을 깨달았던 때와도 비슷했다.

상투적인 말이긴 하지만 모 디자인 회사에서 만든 수건에 써 있는 문구를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세요. 그러면 틀림없이 행복해집니다."
나는 내일 또 어떤 세상을 발견하고 좋아하게 될까? 
세상에 태어나진 것이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은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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