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적응이 안 되는 문체
두 번 읽었다. 읽어도 구조적 맥락이 잘 이해가 안되고 깊이 있게 마음에 다가오는 내용이 없어 어려웠다. 책 두께가 얇기도 하고, 왠지 아름다운 문장이 가득할 거란 기대를 갖고 가벼운 마음으로 쓱쓱 읽어 나갔다. 중반에 가까워질수록 무언가 읽고 있기는 한데... 한 줄 한 줄 뭐 대충 어떤 비유를 하고 있나 보다... 생각은 들었지만, 페이지를 넘어가 이전 내용을 머릿속으로 돌이켜보면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는 산만함이 있었다.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두 번째 읽을 때는 다시 힘을 냈고, 약간의 기대도 있었다. 보통 잘 이해가 안 되는 책도 두 번째 읽을 때는 훨씬 입체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내용이 파악되고 처음 읽었을 때 놓치고 지나갔던 맥락도 많이 보이곤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두 번째 읽을 때 더 힘들었다. 나의 글 이해 능력과 버지니아 울프의 명성 사이에서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을까를 잠시 읽기를 멈추고 생각한 적도 있다.(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그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본다.)
결국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했다. 책의 2/3 지점에서 제미나이를 켰다. 답답한 마음을 하소연하듯 내가 읽고 이해한 내용은 이러한데 왜 이게 페미니즘의 고전이며,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을 쏟아냈다. 문장이 산만하게 느껴지고 비유가 와닿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버지니아 울프의 문체가 '의식의 흐름' 기법을 에세이에 적용한 형태라 그렇다고 설명한다. 설명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현대의 실용적 글쓰기(명쾌한 논리 전개를 기반으로 단순하지만 힘 있게 뻗어나가는 형식)에만 익숙해 다양한 문체를 소화하지 못하는 나의 문제인 걸까. 그렇지 않다면 이런 책이 왜 명작인지 모르겠다며 불평을 토로해도 되는걸까. 명성과 노잼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이 남아있다.
그나마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앞의 긴 이야기를 빌려 말하고자 했던 바를 설명해 준다. 말미의 결론은 명확하다. 위축되고 억압된 여성에게 전하는 용기이자 각성의 당부이기도 하고, 창작의 품질과 직결되는 유물론적 조건(돈과 독립된 공간)에 대한 당위성의 설명이기도 하다. 결론보다는 책 전체의 문장을 음미해 보고 싶었는데 정말 집중이 안 되고 감상이 어려웠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하다.
2. 이 책이 고전이 된 이유를 이해하고 싶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격체보다는 소유물 취급을 받았던 시대에서는 이 책의 메시지가 상당히 혁명적인 생각이었던 거 같다. 그러나 그동안 시대가 공유하는 상식이 많이 변화한 탓인지 몰라도 상당히 먼 얘기처럼 느껴졌다.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그런지 일정한 수입과 독립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 책의 메시지가 비단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여성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 "이건 뭐…. 당연한 거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여성이 체감했을 느낌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 시대의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상상을 시도해 봐도 여전히 동떨어진 느낌이고, 가까이 갈 수 없었다. 머리로는 알겠는데 와닿지 않는 느낌이었다. 책의 문장을 제대로 독해하지 못한 탓인지, 상상력과 몰입 능력의 한계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래서 고전이 될 수 있었구나" 싶을 정도의 깊은 통찰이나 지적인 아우라를 느껴보지 못해서 매우 아쉬웠다.
번외. 추천사에 대한 반감
작가가 살아온 시대와 그에 대한 의식 있는 목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인지, 애초에 개인의 차이가 성에 기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약간은 허탈하다 싶을 정도로 이 책이 힘줘서 건네는 메시지가 흥미롭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특히 이민경(페미니스트)이라는 분이 쓴 추천사를 보면 그간 여성이었기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수많은 부조리와 그로 인한 울분 같은 것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어 힘들지만 다시 한번 의지하며 살아 나갈 수 있다는 듯이 말한다.
도대체 어떤 이유에서 그 정도의 위안을 주는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그리고 이런 페미니스트들은 무엇이 그렇게 늘 힘들다고 말할까. 조금 더 확장해 보자면 사람이 모여서 살아가는 세상이 원래 호락호락한 게 아니지 않나. 내가 오만한건가. 그 입장이 되어 보지 않아서 그런가. 나는 특별히 편하고 안전하게만 살아와서 이해를 못하나. 각계각층에서 그 정도 어려움도 없이 사는 사람이 있나. 늘 이상적이고 안전한 세상만을 원한다는 건가. 그게 당연해야 한다고 그 탓이 모두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나 외에 누군가 누리고 있기 때문에 나도 누려야만 한다는 생각이 정말로 합리적이고 타당한 생각일까. 하는 물음이 한순간에 쏟아졌다.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이 각기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면 불행하고 나은 면이 있다면 나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원하는 공부를 못하고, 같은 노력에도 보상이 다르고, 늘 위협을 느끼며 산다는 얘기는 이제는 정말 듣기가 힘들다. 타인의 의욕을 꺽고 일종의 박탈감을 주는 악질적인 면이 있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