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오뒷세이아를 노래했을까

<오뒷세이아(~8권)> - 호메로스 독후감

호떡 프로필 호떡
2026-07-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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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가 일반적인 문학 작품과 다른 점은 수백 년을 살아남은 고전이라는 것이다. 미케네 문명이 사라지고 문자마저 소멸했다고 추정되는 문명의 공백기에 이 이야기는 노래의 형태로 사람들의 구전을 통해 전해졌다고 한다. 작가 개인의 창작물이라기보다는 마치 진화처럼 살아남은 형질의 집합에 가까운 것이다. 이러한 관점으로 8장까지 읽으려 노력했다. 까마득히 먼 세월을 거슬러 상상조차 안 되는 그 시기에 무엇이 이러한 형태로써 전승의 흔적을 남겼나 추적하고 연결해보려 시도했다.

이야기 전개의 측면에서 보면 주인공인 오뒷세우스의 모험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지 않는다. 4장까지는 오히려 주인공이 직접 등장하지 않고, 다른 인물들에 의해 조금씩 퍼즐이 맞춰지듯 실체를 노출한다. 아들은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오뒷세우스의 지략이나 일화를 전해 듣는다. 마치 그에 대한 기억과 위상을 복원하는 듯한 여정처럼 느껴진다. 현재는 부재한 영광이나 위대한 영웅을 현존하게 하는 그 시대의 염원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그 시절에 사람들의 어떤 소망 같은 것이 담긴 형태가 이야기의 구조로 드러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작자의 미학적, 기술적 선택이 아니라 오랜 시간 구전될 수 있었던 어떤 조건이 긴 시간 자연스럽게 스며든 결과가 아닐까 싶었다.

구조와 언어의 특이성도 비슷한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시대에 문학적 기법이 얼마나 발달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하지 않는다. 주인공의 부재로 인한 영향이 어떠한 상황인지를 묘사하고, 주인공이 등장하고도 바로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고 그가 영웅담을 펼칠 수 있는 적절한 판을 깔아주는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초반 1,2,3장의 내용은 영웅의 귀환이 당면한 시급한 과제이며, 매우 중요하며, 문제해결의 핵심 요소라는 것을 청자나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상기하게 만드는 의도가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것이 이야기를 구전하는 사람들의 전략적이고, 기술적인 이야기 기법이었을지, 아니면 구전의 환경에서 이야기의 몰입을 위해 누군가가 우연치 않게 이런 구조를 시도하게 되었고, 효과가 있었고, 수많은 다른 버전이 있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전개 방식이었을지 궁금하다.

오뒷세우스 이후에 워낙 많은 스토리가 탄생하고 소비되었다. 기상천외한 스토리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이 책의 내용은 다소 진부하고 유치해 보일 수는 있을 거 같다. 그러나 동시대의 이야기가 아닌 무려 3천 년 가까운 시간을 살아남은 시초격의 이야기라는 생각으로 그 당시 사람들의 감정과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을 상상한다면 그들과 닿을 수 없는 먼 거리를 이 작품으로 인해 연결되고 이해해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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