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정 속에서

<오뒷세이아(13~20권)> - 호메로스 독후감

희락 프로필 희락
2026-09-17 14:52 (수정됨)
전체공개
이번 13~20권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었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잠깐 달콤한 말에 유혹당하여 끝날 줄 알았던 일이 다시 초기화되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아테네처럼 오뒷세우스를 지지해 주고, 방향을 잡아주고, 도와주는 모습을 보니 부러웠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오뒷세우스를 생각해 주는 걸 보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응원을 해주는 사람들, 고마웠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순수하고 거짓 없는 진심인지 감히 의심을 하게 되었다. 자존감이 떨어진 것인지, 내가 나약해진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나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 번 스스로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읽다 보니 오뒷세우스는 뻔뻔하게 거짓말을 잘하였다. 그러다 보니 이타카에 도착하기 전 무용담이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일지 의문이 들었다. 결국 오래 남고 큰 소리로 반복되는 말이 진짜처럼 보일 것이고, 소문에 소문이 커져 진짜로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거짓된 정보에 억울하고 슬퍼하는 대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신중하게 말을 꺼내야겠다는 생각과 여러 사람들의 말도 편견 없이 들어줄 자세를 가져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르고스...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영화 장면도 생각이 났다. 나의 가슴을 가장 파고드는 장면이었다.
17년째 본가에서 집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 봄이, 9년째 집을 지키는 강아지 가을이, 내 동생들이 생각이 났다. 작고 어릴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세월이 흘러있는지...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봄이의 소식을 전해 듣거나, 직접 갔을 때 예전 같지 않은 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간만에 가도 변함없이 물 달라고 부르는 봄이,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며 낑낑대고 반겨주는 가을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내 여정에 잠시나마 소중함을 잊고 있었던 것 같아 속상하지만, 다가오는 이번 추석에 내려가서 많이 놀아 주고 많은 사랑을 주고 와야겠다.


긴 여정과 고통 속 포기를 모르는 그가 대답하며 말했다.
“빛나는 눈의 여신 아테네께서 허름한 누더기를 입힌 것처럼 초라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많은 배움으로써 나는 더욱 성숙해지고 있다오. 나는 포기를 모르기에, 앞으로 나아가는 이 기백으로 알에서 깨어나듯 세상에 눈을 뜨게 될 것이오.”
목록

댓글 1

로그인하고 이야기에 함께해 주세요. 로그인
키르케 프로필 키르케 | 20일 전
오뒷세우스는 정작 고향에 와서부터는 새로운 여정, 새로운 모험, 이전의 것들과는 다른 차원의 시험과 시련과 배움과 성장의 시험대에 오릅니다. 그 출발이 무일푼(심지어 머리칼도 한 올 없는) 나이든 거지라는 점도 생각해 볼 점이지요. 제대로 이해(understand)하려면 가장 낮은 곳(under)에 서(stand) 봐야 한다는 걸 의미하는 걸까요. 쓰신 대로 그런 빈한한 대머리 노걸인 행색으로의 변장이 만나게 되는 뭇 사람들의 진정한 태도를 드러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거라는 아테네다운 고도의 전략적 계산에 따른 포석인 걸까요. 역시나 아르고스 얘기는 빠지지 않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모집 중
고정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