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독후감

베이지 프로필 베이지
2026-03-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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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가 코안으로 깊숙이 들어와서 인두와 후두에 맞닿게 된다. 차가운 공기는 건조함까지 같이 있어 점막들을 수축하는 것 같다. 가벼운 찌릿함에 패딩을 코 끝까지 올린다. 바람과 공기가 바뀌는 순간들을 몸은 아직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러닝머신에서 발을 점차적으로 빠르게 굴려본다.

빠르게 바뀌는 바람에 몸이 적응하고 있다.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옷을 겹겹이 입고, 마스크를 쓰며 단단히 대비하고 나가볼 수 있겠다. 집에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공원에 도착했다. 빨간 바탕에 흰색 줄들이 가지런히 놓인 150m 정도의 작은 트랙이다. 가운데에는 축구장이 있는데 아이들이 축구 수업을 받는 모양이다. 특별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보고 있으면 안쪽에서 추위가 살짝 녹아드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을 직접 맞으면서, 몸이 풀리는 속도에 맞춰 가볍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동하는 벨트 위에서 러닝과 고정된 지면을 직접 밀어내며 전진하는 게 달라졌다. 지면이 더 잘 느껴졌다. 문득 갯벌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뻘이 발가락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감각이 축축하고 미끄럽기도 하고 이상하게 느껴져 발가락 신경과 관절을 동원해서 최대한 뻘에 닿지 않도록 꾸겨버렸다. 낯선 감각이 불편하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비슷한 느낌이 조금은 다르게 다가온다.
그제야 발이 깨어난 것 같았다. 즉 감각이 깨어난다. 단단한 발과 건강한 신체, 몸의 흐름들이 선명해지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는 순간, 몸에 있는 장기들이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심장이 따라 두근거리고 몸 안에서 뭔가 계속 돌고 밀어내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심장은 빠르게 두근거리고 있기에 긴장상태를 유지하면서 버텨본다. 힘든 순간을 스스로 통제하고 지속하고 뛰는 걸 반복하면서 희열감이 들었다. 감각들을 더 느끼고 싶었다. 더 가보고 싶다. 내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걸 느끼면서 가능성을 느껴본다.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이 소중하다.

명상과 같은 결의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생각이 줄어들고 몸의 감각이 또렷해지는, 호흡에 집중하며 몸의 순환을 느끼면서 나의 상태 그대로를 느끼는 것. 어쩌면 뇌보다 몸의 기억이 더 중요한 것 같은데, 그것은 감각 때문이 아닐까. 능동적으로 더 나아가 수동적이지 않아야 하고 스스로 정신을 개입하며 수고를 발휘해야 한다. 노력하고 생각으로 연결해야 한다. 주도적으로 해석해 보자. 감각을 붙잡고 생각의 틈새를 만들어봐야겠다.
항상 다짐하게 되지만 그 벽이 쉽게 무너질 때가 있다. 집을 지을 때 너무 단단하게 짓게 되면 금이 생기게 될 때 한 번에 무너질 위험이 크다고 한다. 지진에 대비해 어느 정도 유연하게 만든다. 그렇듯 힘든 상태에서도 계속 달리며 흐릿해지는 시야를 계속 붙잡으려고 노력했던 순간들이 벽이 무너지지 않게 버티는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단단해지려고 애쓰기보다, ‘감각’을 지속적으로 깨워나가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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