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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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3 21:11
어제 여쭤본 것에 대해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기쁜마음으로 글을 남기러 왔습니다 :)

지난 글에서 여쭤봤던 것은  "계획을 지키는 것은 원래 어렵다. 그래서 의지로 지키려해서는 안된다. 계획은 의지로 실행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의 뜻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였습니다. 우선 제가 이 말을 들었던 이후로 며칠을 생각하며 다듬은 것은 이렇습니다. 

의지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가리키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계획을, 왜, 무엇을 위해 세울 것인가 하는 방향성 말입니다. 시간의 흐름으로 보자면 의지는 미래와 더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반면 계획한 대로 지킨다는 것은 매 순간 현재에서 일어나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계획을 실행하는 힘이 의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일단 하는 것' 에서 온다는 생각에 도달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의지력이라는 건 쉽게 사그라드는 것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것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방향으로 가겠다고 품었던 의지도 조금씩 흔들릴 수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매일 '그래도 지금의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수록, 의지가 비로소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신 말씀들과도 닿아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려면, 계획을 너무 세세하게 짜서 실천해야 하는 시점의 행동을 옭아매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그 실천이 어떤 방향을 향하기 위함인지를 염두에 두고서 '지금은 뭘 하는 게 최선일까'하고 돌아볼 때 계획을 나침반처럼 삼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든 자발적으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척도로서 말입니다. 매일 조금씩 어딘가로 향해 걸어가고 있다고 한다면 그 발걸음이 지나치게 무겁고 부담스러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보다 '지금은 어찌됐든 이리로 가야한다'는 것을 스스로와 조율하고, 또 주변과도 조율하며 가야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태도가 돌봄의 방식과 밀접하다고 믿습니다.

제가 쓰는 일기는 '어제 일기'입니다. 어제 있었던 일들을 오늘 아침에 다시 떠올려보며 그때는 무엇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또 하룻밤 자고 일어난 후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로 느껴지는지를 씁니다. 저는 감정기복이 변덕스러운 편이라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그 순간에는 냄비 끓듯 여러 생각과 감정이 날뛰어 혼란을 겪는데, 나중에 떠올려 보면 '그렇게 까지 동요할 일이었나'싶은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일기를 쓰는 것이 뜻하지 않게 마음챙김의 일환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전이었다면 사소한 일에 크게 흔들리는 자신을 자책하는데에 그쳤을 텐데, 어제일기를 쓰다보니 그런 반응을 하게 되는 건 전적으로 제 탓이 아니라 조바심, 조급함, 불안 같은 감정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그런 마음들은 어디에서 오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제가 좋은 날이었든 조금 벅찬 날이었든간에 오늘 아침에 그것을 돌이켜 보면서 '오늘은 비슷한 상황에 그런 감정이 들 때 조금 다르게 행동해볼까'하는 여지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매일 아침 일기를 쓰는 행동으로부터 실질적인 도움을 얻게되자, 일기를 써야만 한다는 생각에 억지로 쓰는 것이 아니라 어제를 되돌아보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싶다는 설렘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일 주어진 '지금 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느끼며, 계획을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다만 오늘 이 글을 쓰러 오면서 느낀 것은, 습관과 관성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끔은 여전히 계획을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짜거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듯 책망하는 마음이 머릿속 한편에 고개를 드는 걸 느낍니다. 댓글을 남겨주신 두 분의 말씀에서 감명받은 것을 토대로, 이것은 나를 극기 훈련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일상적인 돌봄을 위한 것임을 상기하고, 그 돌봄은 지금의 나에게 충분한 여유를 주는 것에서부터 가능해진다는 것을 되새기려 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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