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였을까. 두루미보다는 작았고 황새보다는 큰 것 같았다. 드넓게 펼쳐진 엷은 하늘색 아침 하늘 위로 양 날개를 활짝 펼친 채 유유히 유영하듯 비행하는 새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한 대의 행글라이더처럼 날개는 미동의 움직임도 없이 고요히 상공의 기류를 타고 있었다. 순간 빨려든 듯 사로잡힌 내 시선은 그 유유자적한 새를 따라 갔고 내 마음도 덩달아 하늘로 훨훨 날아 오르는 것 같았다. 잠시 넋이 나간 듯 아무 생각 없이 바라보기만 했고, 지나서 기억해 보니 무아지경에 빠진 듯했다. 계속해서 이쪽으로 날아 지나갈 것 같았던 새는 아주 조금 살짝 몸을 트는가 싶더니 부드럽게 선회해 유턴을 했다. (군더더기 없는 몸매와 다리에 솜털처럼 가벼운 날개를 가졌기에 가능한 동작이다. 육중한 재질과 몸체의 항공기로는 관성을 이기지 못해 도무지 불가능할 선회다.) 그러고는 오던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날아가기 시작했다. 다시 내 시선도 천천히 따라서 날아갔다. 새는 인근의 산 숲 쪽으로 서서히 하강하는가 싶더니 홀연히 숲 속으로 사라졌다. 녀석도 아침 산책을 나왔던 걸까.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금자오상아(今者吾喪我)라는 표현이 나온다. 나는 나를 '잃었다'는 뜻이다. 그때 내가 그랬다.
이번 북캠프에서 또 한 편의 추도사를 썼다. 나는 나를 장사 지내고 왔다. 때가 되면 반복하는 일이다. 홀가분하다.
이번 북캠프에서 또 한 편의 추도사를 썼다. 나는 나를 장사 지내고 왔다. 때가 되면 반복하는 일이다. 홀가분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의 추억이 깃든 장소여서 아직도 이곳에서 배나무를 심고 기르고 때가 되면 손수 과실을 딴다는 아저씨의 숨은 사연을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 변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런 중에도 지속되는 것은 무엇이며, 맨끝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바람결에 흔들리며 은은히 울려 퍼지던 풍경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