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 포스트

고요한 프로필 고요한
2026-06-30 07:59 (수정됨)
오늘 아침 문득 '멘탈 포스트'란 말이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 같은 반 옆자리 짝꿍이 내게 하곤 했던 말이다. 당시 초등학교 티를 갓벗어난 중학생들끼리나 통할 만한 유치한 콩글리쉬였을 텐데, 그 의미에 대해서는 서로 물은 적도 답한 기억도 없다. 아마 그 나이에는 익숙한 영어 단어인 골포스트(골대)에서 '포스트'를 가져와 그 무렵 새로 배웠거나 알게 된 ‘정신적'이란 뜻의 단어인 mental과 한데 붙인 말일 테다. 그 친구는 학교에 와서 늘 옆자리에 있는 나를 보면 그런 마음이 들어 든든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서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이른 아침 산책 겸 운동에 나서며 이것이 내게는 '멘탈 포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늘 그랬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이 일이 체력을 유지하고 단련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게 마음의 평안과 용기를 준다.

얼마 전 뉴욕 타임스에서 누군가가 기고한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는 오랫동안 지켜온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고 소개했다. 하루를 마치고 잠들기 전에는 꼭 기도를 하는 의례를 오랫동안 지켜왔으며 그것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큰 버팀목이 되어주는지 모른다는 요지의 사연이었다.

우리는 혼란스러운 변화로 휩쓸려 갈 것만 같은 요즘 어디선가 지지대가 되어줄 기둥 같은 무언가를 바란다. 오랜 전통 속의 갖가지 의례는 그런 동기에서 나왔을 것이다.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에서 뭔가 불변함으로써 평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

세계 최대 담수호라는 바이칼 호수에 갔을 때 호수변에 울긋불긋 여러 색의 깃발이 펄럭이는 기둥들이 서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솟대 같기도 했고 장승 같기도 했다. 배가 정박할 때 파도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닻을 내리듯, 사방으로 옮겨 다니던 유목민들 또한 어딘가 뿌리 내리고 싶은 마음을 기둥으로 나타냈던 걸까.
목록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