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쓸 때 AI 사용하지 마세요"

폴리페모스 프로필 폴리페모스
2026-08-05 18:05 (수정됨)
이걸 내가 직접 다 읽을 필요가 있을까? AI가 나보다 더 잘 요약해 주는데.
이걸 굳이 내가 써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시간도 없고 생각도 잘 안 떠오르는데. 내가 쓰고 싶은 걸 AI가 훨씬 더 잘 써주는데.
그렇더라도 가급적 직접 써 버릇하는 게 좋다는 당부의 글을 소개한다.
왜 그런지, 과연 그런지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시길.

원문: I’m Begging You: Never Write With A.I.

이 글은 논증이라기보다는 간곡한 부탁에 가깝습니다. 글을 쓰는 데 AI를 활용하지 마세요. 절대로 AI가 대신 글을 쓰게 해서는 안 됩니다.

학술 논문, 업무 보고서, 처가나 시댁에 보내는 편지, 회사 모임에서의 연설, 동료나 친구에게 보내는 이메일(아무리 형식적인 것이더라도)을 작성할 때 AI를 사용하지 마세요. AI가 당신의 메모를 정리하게 두지 마세요. AI가 서두 문장, 내용 전환, 마무리 문단을 제안하게 두지 마세요. AI에게 초안을 작성하게 한 뒤 그 초안을 편집하는 걸로 자신의 글인 양 가장하지 마세요. 그건 자기 글이 아닙니다.
   
AI에 의지하지 말라는 것은 그런 행동 자체가 비윤리적이어서가 아닙니다. AI를 이용한 글쓰기는 남을 속였을 때 비윤리적이 됩니다. 즉, 자신의 것이 아닌 단어, 아이디어, 정보를 마치 자기 것인 양 속여 넘길 때 말입니다. 이런 문제는 출처를 명확히 밝히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혹시 AI를 이용하는 것이 그러다 보면 AI보다 글을 더 잘 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라면 그 역시 헛된 일입니다. 머지않아 혹은 이미 부질없는 일임을 실감했을 겁니다. 그건 당신이 자동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고 체스 앱보다 잘 두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AI를 이용한 글쓰기의 진짜 문제는 정신적으로 무력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매일 계단을 오르는 습관을 길러야 할 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AI가 보편화하면서 개인의 글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의 집단적 추론 능력, 문화의 내재적 창조력, 그리고 모든 사람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이유까지 훼손하고 있습니다.
   
독서 쇠퇴 현상은 이미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AI는 글쓰기의 쇠퇴를 가속화하며, <애틀랜틱>의 로즈 호로위치(Rose Horowitch)가 명명한 ‘문해-이후 시대postliterate age’로 우리를 더 깊이 몰아넣고 있습니다.
   
글쓰기는 무엇이 특별할까요? 그것은 사고를 이끌어냅니다. 침묵 속의 숙고나 말로는 거의 불가능한 방식으로 생각을 이끌어냅니다. 글쓰기는 우리의 생각을 표현의 노력, 문법의 엄격함, 명료성과 일관성의 검증, 타인의 검토에 맡길 수 있게 합니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명확하고, 논리적이며, 정확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게 해줍니다.
   
사람들은 화가 난 상태에서 내뱉은 말은 쉽게 용서할지 몰라도, 화가 난 상태에서 쓴 글은 그렇게 쉽게 용서하지 않습니다. 바로 글로 쓰였다는 사실이 그 말이 신중하게 고려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신중하게 고른 말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지속력과 도덕적 무게를 지닙니다. 우리가 “그 내용을 문서로 남겨주세요”라고 할 때는 합의된 정확한 문구에 오해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일 뿐만 아니라, 그 말이 애초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증거로 삼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계가 썼거나 기계의 도움을 받아 쓴 말이라면, 즉 그만큼 신중하게 고려되지 않은 말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그만큼 공허해집니다. 신부의 아버지가 딸의 결혼식 축사를 쓰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는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AI가 손쉽게 제공하는 멋진 표현은 그만큼 아버지의 노력과 진정성을 앗아갑니다. 딸이 그 축사가 AI가 쓴 것임을 알게 된다고 상상해 보세요. 모욕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망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결혼식 축사처럼 중요하고 개인적인 일에 AI를 사용하는 것과, 일상적인 업무용 문서 작성 같은 지루하고 종종 지치는 작업에 AI를 사용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할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작문에서 발휘되는 지적 능력은 중요한 글쓰기에 사용되는 것과 동일합니다.
   
우리는 평범한 글쓰기가 요구하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더 나은 작가(글쓰는 사람)가 됩니다. 바로 그런 글쓰기에, 만약 그 일을 AI에 맡겼다면 결코 기울이지 않았을 정도의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우리는 좀더 나은 사고력을 갖게 됩니다. 우리는 일상적인 일에도 개인적인 색깔을 입혀, 그것이 틀림없이 자기만의 것이 되도록 하는 법을 배울 때 그만큼 더 창의적이 됩니다.
   
바로 그 기술들이 지금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AI 탐지 기술을 활용해 100편의 박사 학위 논문을 분석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56%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 이상’의 AI 생성 글을 포함하고 있는 데다, 19%는 ‘절반 이상이 AI로 생성된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 교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AI에 의존한 학생들의 논문 홍수를 막으려는 그들의 노력이 마치 ‘둑의 구멍에 손가락을 꽂아 물이 넘치는 것을 막는’ 듯한 무력감을 줍니다. 이 문제를 그저 부정행위로만 본다면 AI가 제기하는 위협의 진정한 범위를 제대로 포착할 수 없습니다. 이 위협은 단순히 학문적 정직성이나 개인의 자기계발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민주적 자치에까지 미치기 때문입니다.
   
광범위한 문해력과 민주주의의 부상 사이의 연관성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스스로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은 스스로 의견을 세우고 옹호하는 데에도 능숙했습니다. 이 과정이 역전되면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이 몇 쪽이나 몇 문장 이상의 논리를 소화할 인내심을 잃게 된다면? 명확한 사고를 위한 가장 필수적인 기술을 일상적인 연습을 통해 갈고닦은 적이 없어 그 논리에 반박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이미 우리는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게시물과 그 게시물이 수천만 미국인들에게 미치는 명백한 영향력을 통해 그런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10년 전, AI 시대 이전의 미국 상황을 반영한 것에 불과합니다. 읽기, 쓰기, 사고하는 능력이 그때보다 더 약화된 지금은 그 길에서 얼마나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걸까요?
   
다음에 문자 메시지나 이메일에 자동 응답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이 든다면 그러지 말고 직접 답장을 써 보세요. 이를 자유 의지의 표현이라고 생각하세요. 몇 초만 더 투자하는 이 행동이야말로 점점 더 무지해지는 세상에 맞서는 저항의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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