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한 느낌으로 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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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1 21:54
여의도 근린공원에서 인라인 스케이트를 탔습니다. 
아주 어릴 때는 잘만 탔는데, 그 시절 이후론 전혀 타본 적이 없다보니 무작정 '쉽겠거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엉거주춤하게 걸음마를 떼어야 했습니다.

함께 간 사람은 운동신경도 좋고, 아이스 스케이트도 종종 타곤 했어서 훨씬 빠르게 감을 잡고 신나게 탔습니다. 기억하는 만큼을 못타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뙤약볕에서 친구로부터 걸음마 강의를 듣는 것은 재밌었습니다. 처음에는 친구가 '나가는 발을 앞으로 밀면 돼! 너무 속도 내지 말고. 한 쪽 발은 가만히 있어!' 라고 말해서 '그게 그렇게 안돼!' 라고 말하며 몇 번 넘어졌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원리를 말해줘봐! 어떤 느낌이야?'

그 질문에 친구가 조금 고민하더니 멀찌감치 가서 스케이트를 타며 제게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감각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음.. 걸음을 뗄 발은 앞으로 밀고, 지탱하는 발에는 힘을 줘야해'. 그 말 대로 해보려고 고전하는 저를 이끌어주다가 땀을 뻘뻘 흘린 친구가, 다시 한 번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직접 스케이트를 타봅니다. 그 때 우리 옆으로 어느 커플이 지나갔습니다. 남자는 신나게 스케이트를 타면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여자친구에게 솜씨를 보여주고서 제 친구가 제게 알려주듯 뭔가를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제 친구는 자신이 직접 타는 느낌과 그 남자를 관찰하며 생각한 것으로 뭔가 떠올랐는지 다시 말해줬습니다.

'내가 전혀 잘못 알려준 것 같아. 걸음을 뗄 발을 앞으로 밀 때, 무릎을 확실하게 들어서 앞으로 쭉 미는데, 그 발에 힘을 잘 줘야 해. 지탱하는 발은 힘을 빼야하고. 무게중심을 내딛는 발쪽으로 쏟으면서 균형을 잡는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두 무릎을 너무 펴지 말고 구부린 상태에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좀 더 앉는 거야. 쫀득한 느낌으로 해야 해.' 라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를 생각하며 타보니 훨씬 나았지만 여전히 너무나 서툴렀습니다. 뜻하지 않게 뙤약볕에 강의를 해줘야 했던 친구에게 고맙고 미안해서 멀리가서 좀 실컷 타고 오라고 하고, 그 모습을 보며 가르쳐 준 것과 또 스스로 느낀 것을 종합해 연습했습니다.

분명 운동감각의 문제이니, 익숙한 사람과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질적으로 바퀴위에 발을 올린 채 균형을 잡으려고 애쓰는 저와 달리, 잘 타고 있는 친구나 앞서 언급한 커플의 남자는 마치 스케이트를 발의 일부처럼 여기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것 저것 배웠고 조금은 걸음마를 뗐지만, 두어시간 재활을 해본 것만으로는 큰 소득은 없이 우리의 스케이트 시간은 끝났습니다. 더워서 이온음료를 마시며 그늘에 앉아있으니 산책나오신듯한 아저씨가 말을 걸었습니다. 친구가 너무 잘 타니 약이 오르겠다는 얘길 하시길래 그렇지도 않다고, 대신 스스로 이렇게나 못 탈 줄은 몰랐다, 말했습니다. 그건 의도치 않게 친구를 예정보다 조금 더 고생시킨 미안함에서 한 말이었지만, 아저씨는 자존심을 부리는 말이라고 생각하셨는지 온갖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뜻하지 않게 응원을 잔뜩 받으니, 또 타러 나올 다음을 일부러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새 주변을 보아하니 인라인 스케이트를 탈 줄 모르면서도 넘어져가며, 신나게 잘 타는 친구나 연인으로부터 걸음마를 배우는 사람들로 가득해졌습니다. 이 인라인 대여점은 참 오래된 것 같은데, 주말이면 서로 머쓱하게 웃으며 걸음마를 배우고 가르치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쁘더군요. 뭔가를 배우고 가르쳐준다는 건 참 놀라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주 익숙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선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곰곰히 고민해야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려는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의미를 곰곰히 고민해야하는데 이 교신이 성사되는 순간들로 삶이 이루어져있다는 것은 생명체가 부릴 수 있는 마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모든 것이 '느낌'이라는 단어 위에 있기 때문에  특히 그런 것 같습니다.

또 글 쓰러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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