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아이스크림 스쿱
오래전 할머니는 밥이 다 되어 솥에 김이 모락모락 날 때쯤이면 가장 먼저 아버지 전용 밥그릇에 밥을 수북히 퍼 담아서는 아랫목에 묻어 두곤 하셨다. 어머니 역시 뭔가 따로 먹을 것이 생기면 맨 먼저 맏아들 몫을 따로 챙겨 두시는 게 몸에 밴 듯했다. 그럴 때는 날 선 매의 눈이 되는 동생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지만 어머니는 원망스럽게도 일말의 거리낌...
저항에 관한 단상
팔과 다리를 저어 나아갈 때 물의 저항이 없다면 수영의 즐거움이 있을까. 들과 산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없다면 트래킹의 맛이 있을까. 밀고 당기고 들어 올리는 운동 기구에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심지어 편하기만 하다면 헬스장에 갈 필요가 있을까. 글이든 책이든 쉽기만 하다면 읽고 싶을까. 둘러보니 저항이 없는 곳이 없고, 그런 곳마다 저항 만큼의 성...
선물의 순환
고요한 곳에 왔다. 비온 뒤라 모든 것이 차분하다. 바람도 별로 없다. 정신까지 맑아지는 것 같아 좋다. 이렇게 마음이 중심으로 모일 때 나는 나인 것 같다. 평소에 얼마나 산만하게 지내는지 알겠다. 정신없이 산다는 말이 뭔지도. 우리는 삶을 이야기로 이해하고 살아간다. 개인의 자전적 서사는 집단적 삶의 이야기를 밑그림으로 한다. 집단적 삶의 이야기...
안개비의 운치
우중 산책. 비오는 날 이른 산책이 좋다. 우산을 들고 나갔지만 맞아도 좋을 정도의 가는 비가 오는 둥 마는 둥했다. 화창한 맑은 날이야 물론 좋지만 이런 정도의 흐린 날의 촉촉함은 그것대로 운치가 있다. (적어도 지금 내 기분엔 그렇다) 마음도 한결 차분해지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시시각각의 계절의 변화가 좋다.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 같다. “바...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 생각의 소화불량
음식물이 소화되지 않으면 잠에 들지 못하는 것처럼, '생각거리'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하다. 그나마 위는 '자율신경계'라서 인지하지 않아도 제 할 일을 한다. 그래서 18시 이전에 섭취한 음식물은 수면에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반면, 생각거리를 뇌로 소화시키는 행위는 내가 인지하고 애쓰지 않으면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아침은 물론 수일 전에 생...
좋은 글을 읽었을 때
재미있는 소식을 알고 있는데 누굴 만나면 입이 근질근질해진다. 근사한 이야기를 들으면 꼭 누구에겐가 전하고 싶어진다. 좋은 일뿐만이 아니다. 나쁘거나 흉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전달해야 맘의 짐을 더는 것 같다. 맘속에 개인적인 고민이 있을 때도 혼자만 앓고 있기가 어렵다. 끝내 누구에겐가 털어놓고야 만다. 안 그러면 병이 될 것 같다. 임금님 귀는 당...
학습된 무기력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간은 끊임없이 배운다. 자신이 의식하지 않아도 주변의 것에서 영향을 받고 모방하거나 유의하거나 경계한다. 타고난 학습 본능이다. 사실 동물도 마찬가지다. 직접 시행착오를 겪거나 주변의 타자를 모방함으로써 배운다. 인간의 학습은 보다 의식적이고 체계적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 학교라는 곳이 따로 있고, 교사가 따로 있고...
예술 작품
을지로에 오랜만에 나갈 일이 있어 지하철을 타고 갔다. 역을 나서는 순간 올려다 본 하늘에 겹쳐 하얀 눈꽃을 풍성한 솜사탕처럼 머리에 인 가로수를 마주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요즘 사방에 벚꽃이 많다는 생각을 했는데 비슷하면서도 다른 꽃이 만발한 것 아닌가. 이팝나무다. 5월의 눈꽃 나무라는 찬사를 듣는. 산에서 본 적은 있지만 가로수에 이렇게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