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계절 감각
일본은 계절이 72가지나 된다는 글을 읽었다. 우리도 24절기가 있다. 중국에서 건너온 계절 계산법이다. 일본은 그걸 더 잘개 쪼갠 것이다. 계절에 대한 예민함을 반영한 것이겠지만, 역으로 섬세한 기후 감수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일상의 토대도 될 것 같다. 그런 감각은 기후 위기(를 넘어 재난 속)에 봉착한 지금 세상에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래서...
시간 속 영원에 머무른다는 것 (ver. 0.7)
오랜만에 한 영화를 두 번 봤다. 역시나 좋은 작품은 반복해서 보게 되고, 두 번째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끼게 된다. 또 곱씹게 된다. 한 번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여운이 내 삶에 머문다. 다시 일상을 살면서도 문득 문득 그 작품이 절로 떠오르거나 불러내 반복해서 음미하고 감상하게 된다. 영화는 음악을 닮아서 시간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야 ...
세상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곳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 어디인지 아세요?" "네, 그렇습니다. 보고타입니다." "그러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아름다운 곳이 어딘지 아세요?" "아하, 그건 모르셨군요. 네, 바로 비가 내리는 보고타이랍니다. 하하하."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 시내를 안내해 주던 사내는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입담에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정겹기 그지없어 좋았다. 나중...
누구 혹은 무엇
"넌 또 뭐야? 조폭 영화 같은 데서 종종 등장하는 대사다. 맨앞의 '너'라는 인칭대명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뒤에 따라붙은 '뭐야'라는 의문대명사는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상대를 내 앞길을 막는 방해물로 본다는 뜻이 담겨 있다. 반면, "당신은 누구세요?" 이런 질문은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로맨스물에 나올 법한 대사다. 무엇과 누구. Wh...
시간을 들이는 것과 낭비하지 않는 것
"아니 또 나무를 저렇게 심어 놨어." "그러게, 나무를 심었으면 꼭꼭 밟아줘야 하는데, 모 심듯 꽂고는 흙만 대충 덮고 가니 저 모양이지." "내가 당겨 보니까 그냥 쑥쑥 뽑혀. 저래 갖고선 금방 죽고 말아." "어째 매번 저럴까요." "용역들이 하는 일이 그렇지." "그래야 때가 되면 또 와서 나무 심고 돈 받아 가지. 하는 짓들 하곤." "내가 ...
영혼의 숲에 내리는 별빛
문자가 날아들었다. 부고다. 후배(친구에 가까운)의 부친상이다. 빈소가 전주다. 자주 보는 사이는 아니지만 속이 깊어 마음에 두고 가끔 생각해온 친구다. 가야 한다. 이 친구를 함께 알고 있는 또 다른 후배(좀더 친구에 가까운)한테서 곧이어 문자가 날아든다. "오늘내일 다른 일들도 있고, 거기까지 멀기도 해서 미안하다고 문자 보내고 계좌이체로 부조만 ...
제철 과일
#제철 일요일 월악산 정상에 올랐다. 해발 1095미터. 친구가 배낭에서 준비해온 걸 꺼냈다. 꼬마 김밥, 참외... 동네 맛집에서 산 듯한 꼬마 김밥은 찍어 먹을 소스를 별도의 작은 플라스틱 통에 포장했는데 그게 눌려 터졌는지 포장 봉지에 질척하게 새 나와 있다. 그래도 나눠 먹을 것을 미리 준비한 친구의 정성에 마음이 따뜻하게 젖어 든다. "참외가...
예비군 다녀오는 길
며칠 전 마지막 예비군을 다녀왔다. 내년부터는 나가지 않아도 된다. 삶에 있어서의 숙제가 하나 끝난것 같아 후련하다. 훈련장이 안양시에 있기 때문에 자차를 끌고 간다. 갈때는 혼자 간다. 내 차에 빈자리들이 허전하다. 어차피 가는 길인데 누구를 태워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서 예비군이 끝났을 때는 당일 조원이 된 아저씨들에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