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부는 충분하다. 어떻게 나눌까? 어떻게 누릴까?

<스피노자의 거미> - 박지형 독후감

propers 프로필 propers
2026-06-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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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공간에 수많은 개체가 이웃하며 살더라도 각자 개체 보존에 필요한 정도만 충족하고자 할 경우엔 모두의 공존이 가능하다. 
 
각자의 필요는 어느 정도일까? 
“재산을 모두 한 데 모아 각자 필요한 만큼만 가져가니 모두가 풍족하고도 남았다.”라는 공동체 경험(아마도 초기 가톨릭 교회)에 입각하여 현대인 공동체가 이렇게 살아 보았다.(아마도 미국 히피 코뮌) 누군가에게는 모피 코트가 필수품이었고, 누군가에게는 사치였다. 노래와 기타는? 요리는 노동인가, 취미인가? 
필요한 만큼의 이상에 동의하지만 필요한 만큼의 통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가정에서는 가능하다. 세 아이가 있었다. 식사로만 보자면, 한 아이는 밖에서 먹는 그럴듯한 음식을 좋아했다, 한 아이는 다른 건 몰라도 고기만은 그걸 먹어야 했다, 한 아이는 사치, 멋부림, 있는 체 젠 체가 불편했다. 큰 아이는 인스타 맛집에서, 작은 아이는 스테이크 집에서, 막내는 집에서 생일 잔치를 했다. 각자 원하는 것을 얻었고 다른 이의 식사 비용에 대해 염두에 두지 않았기에 아이들 모두 행복했고, 세 아이의 생일 잔치 비용은 이 집에 큰 부담이 되지 않아 가족 모두가 행복했다. 끝없는 탐욕이 자신의 필요라고 믿는 이들의 행보를 막을 방법에 대해 나는 알지 못한다. 니치 포지셔닝은 서로가 서로를 조심스럽게 피해가는 것이다. 나무는 내 필요를 위해 상대를 죽이지 않는다. 돈을 위해 바다를 막아 생명을 죽이는 일은 인간만이 하는 일이다. 필요의 상대성, 필요 이상의 탐욕, 막을 수 없는 상대의 마음. 조심하지 않고 내 자리를 위해 남을 치는, 내 자리가 이미 충분함에도 충분하다 여기지 않고 하늘을 막아 다른 나무를 말라 죽이는 이들에 대해 나는 분노하기도 힘이 들어 눈을 감는다. 다만 내 필요를 조정하고 조정된 필요를 충족시킬 뿐. 
 
「우리 손자 손녀들이 누리게 될 경제적 가능성 – 존 메이너드 케인스 (번역: 홍기빈)」을 읽는다. 
1931년에 쓰여진 “100년 후의 경제 생활의 수준에 대해 어떻게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일까? 그 시대를 살게 될 우리 손자 손녀들의 경제 생활에는 어떠한 가능성이 열리게 될까?”를 예측한 글이다. 요약하면 100년 뒤(2030년이다.) 경제적 풍요는 도달될 것이다. 상대적 결핍은 채울 수 없으나 절대적 결핍은 없을 것이니 그 이유는 자본축적-복리의 마법과 기술의 발전 덕이다. 그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 안배, 합목적성을 지닌 추구할만한 목적만을 추구하는 일이다. 케인즈가 말하는 추구할만한 인생의 목적은, 지식, 아름다움, 우정이다.(동료 철학자 G.E.무어의 영향) 
케인스 예측의 놀라움. 
“실로 몇 년 되 지 않아 - 우리 생전에 - 지금까지의 약 4분의 1정도의 인간 노력만으로 모든 농업, 제조업, 광업의 작동을 수행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다.
지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새로운 질병의 이름은 아직 낯설지만 앞으로 몇 년간 대단히 자주 듣게 될 것이니, 그것은 기술적 실업이다. 이는 노동 사용을 절약할 수단을 발견하는 속도가 노동의 새로운 용도를 발견하는 속도를 앞서 버리는 데에서 기인하는 실업을 뜻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앞으로 중대한 전쟁이나 인구 증가가 없다고 한다면, 경제적 문제는 100년 안으로 해결될 것이며 최소한 해결의 전망이 보이게 될 것이다. 즉, 미래에는 더 이상 경제적 문제가 인류의 영구적 문제가 아니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경제적 문제가 해결된다면 인류는 태초 이래 지금까지 삶을 영위해온 목적(경제적 문제 즉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다.”
“화폐의 사랑이란 상당히 구역질 나고 소름 끼치는 정신병이다. 인간에게는 반쯤 범죄적이고 또 반쯤 정신병리학적 성향들이 있어서 이를 보면 우리는 공포로 몸을 부르르 떨며 정신병 전문가들에게 넘겨버리게 된다. 화폐에 대한 사랑이란 바로 이런 것들 중 하나인 것이다. 지금 세상에서 부의 분배 그리고 경제적 보상 및 처벌의 분배를 좌우하는 사회적 관습들과 경제적 관행들 중에는 지독하게 구역질 나고 정의롭지 못한 것들이 많지만 우리는 그런 것들을 자본 축적을 촉진하는 데에 엄청나게 유용하다는 이유 하나로 악착같이 고수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마침내 우리들은 이 모든 것들을 자유롭게 내팽개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미래의 세상에도 무한한 합목적성을 동원하여 미친 듯이 부를 추구하는 자들이 여전히 많이 있을 것이다 - 딱이 그것 말고 할 일을 못 찾은 자들 말이다. 하지만 그 때가 되면 그렇지 않은 이들까지 이런 자들을 찬양하고 고무해야 할 의무는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과연 그 때는 언제 오는가? 구역질 나고 소름 끼치는 정신병인 화폐에 대한 사랑을 놓지 못하는 이들을 찬양하지 않고 인간이 마땅히 추구해야 하는 지식, 아름다움, 우정만을 추구하는 때는.. 바로… 2030년. 4년 남았다. 케인스 조상님,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내 생전에 이런 날이 오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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