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id by human’

<오뒷세이아(~8권)> - 호메로스 독후감

산이화 프로필 산이화
2026-07-23 17:09
전체공개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맞는 안경을 쓰는 일이다’
  이 말은 즐겨 듣는 라디오에서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시간을 맞추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잠깐씩 흘러나오는 어느 시인이 한 말이다. 
이번에 제대로 읽기 시작한 ‘오딧세이아’는 그 시인의 말이 제대로 내게 와 박힌 명언이 되었다.  내게 온 이 명언의 서사를 따져보자면, 사실 난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눈이 나빠졌다는 말을 들을 만큼 책을 즐겨 읽는 아이였다. 그러나 기억나는 책을 되돌아보면 ‘그리스로마 신화나 삼국지’ 같은 책들은 아예 없다. 신화적인 내용의 책들은 주인공들의 말이나 행동이 현실성이 없고 너무 허무맹랑해서 내 독서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탓이다. 그런데 고전들이 늘 그러하듯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를 뺀 사람들은 모두 읽고, 말하는 책을 나만 모른다는 생각은 내 교양을 자꾸 점검하게 되고, 심지어 학습만화 형식이긴 했지만 어린 학생들도 엄청 재미있게 읽고 그 많은 이름과 에피소드들을 척척 말하는 것을 면서 자존심상 다시 읽어보려고 시도해 보았지만 번번히 실패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오딧세이아를 읽기 시작하면서는 나의 이런 독서 입맛이 싸악 달라졌다. 그동안 현실성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인간들을 위한 지극히 다정한 이야기로 보이고, 리듬감 있는 시적 은유가 나의 내면의 사유가 되어 호기심과 흥미로 나를 즐겁게 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그 시인이 말한 ‘고전을 읽을 수 있는 내게 맞는 도수의 안경’을 제공해 준 셈이된 것이다. 이러한 나의 변화는 독서 시작 전에 인류 문명사적 증언 문서로서의 이 책의 가치를 알려 주신 이태수 교수님의 강의와 클럽장님의 사전 책읽기 안내 자료가 진입장벽을 나춰주었기에 지면을 통해서라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이번 독서모임의 여정인 텔레마코스가 전쟁에 나간 아버지 오딧세이아의 생사를 찾아 나서는 1~4권과, 오딧세우스가 고향에 닿기 전 마지막 여정인 칼립소의 섬, 스케리아에서의 마지막 모험을 그린 5~8권의 내용 중에서 몇 가지 인상적인 내용을 몇 가지 말해 보자면,
  1.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인물: 수많은 변신을 통해 오딧세우스의 생각과 동기를 유발하고 주변 사람들의 기운과 기백을 변화시켜 끝없이 도움을 주는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테네’이다. 평생 교육현장에 있어 온 내게는 아테네 같은 마음과 정성으로 오딧세이아 같은 학생들을 돌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면서 읽었기 때문이다.
  2. 수없이 변주되는 인물에 대한 표현: 인물들의 정보를 담은 수많은 수식어들, 예를 들면 꾀많은/잘참고 견디는/신과같은/웅대한 기상을 지닌/아이기스를 지닌/눈밝은 아르고스의 살해자 오뒷세이아, 지축을 흔드는 통치자 포세이돈, 장밋빛 손가락의 이오스, 머리를 곱게 땋은 칼립소/ 발목도 고운 레우코테아 죽음을 모르는 신/ 죽게 마련인 인간 등등
  3. 고전 서사시의 참맛을 주는 문장: 부정적인 표현을 할 때 쓰는 ‘날개 돋친 말, 이 울타리로 빠져나온 그 말은 대체 무엇이냐?’, 곡식을 거둘 수 없는 소금 물결(바다) 등등
   
  끝으로 제목인 ‘maid by human’에 대한 첨언을 하며 마치고자 한다.  요즘 끊임없이 내 머릿속을 맴도는 단어는 ‘AI’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좋은 쪽이든 걱정하는 쪽이든 그게 현실이니까. 이 영어 제목은 모 경제지에 중국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AI)대회를 보고 ‘중국발 AI 쇼크’라는 제목으로 올린 어느 교수의 시론에서 따 온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던 중이서인지 나는 다음과 같이 신문 속 문장이 치환되어 읽히는 경험을 했다.
 ‘오뒷세이아는 인간(중국)이 신(미국)의 기술 통제에도 위축되지 않고, 신(AI)의 기술과 인간생태계(산업생태계) 나아가 글로벌 문화(글로벌 규범)까지 주도하겠다는 자신감을 세계에 천명한 책(자리)이였다.’   
  혹시  오뒷세이아의 모험은 지금의 우리에게 이런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인간들아! 호모사피엔스의 전형인 내가 이르노니 AI에 위축되지 말고, 때로는 도움을 받아서 내가 했던 것처럼  다가오는 두려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간이 주도해서 만들어 나가는 생태계와 글로벌 문화를 만들어라!’ 
이태수 교수님이 ‘고전은 인간이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거울’이라 하셨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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