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부터 다가오는 부드러운 죽음을 바라며.

<오뒷세이아(9~12권)> - 호메로스 독후감

propers 프로필 propers
2026-08-13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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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생산적인 일도 하지 못하고 겨우 내 몸을 일으켜 하루를 시작하고, 겨우 밥을 먹고 똥을 싸고 시간을 적적히 보내다가 기운이 없어 몸을 뉘이고 다음 날 일어나지 못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면서 과연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존중 받을 만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까? 이보다 더 하다면? 내 몸을 스스로도 가누지 못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하루 종일 자는 것인지 쇠잔하여 누워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된다면 그 때도 나는 나 스스로를 살만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인가? 쓸모의 덫, 쓸모를 창출하는 것이 인간의 가치라는 덫에서 벗어나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어떤 죽음을 바라는가? 바스러지는 죽음, 늙어 죽는 죽음, 썰물처럼 서서히 생명이 사그라드는 죽음을 오뒷세이아에서 발견하였다. 
 
271페이지.
그대에게는 바다로부터 몹시 가녀린 죽음이 다가와
윤택한 노년을 보내며 쇠잔해진 그대를 죽일 것이며, 그대를 둘러싼 
백성들도 행복을 누릴 거라오. 나 그대에게 틀림없는 사실을 말하는 거요. 
“Death will come to you from the sea, a very gentle death, which will carry you off in the ebbing time of a sleek old age.”
 
바다로부터 죽음이 다가온다. 부드러운 죽음이. 부드러운 죽음이 윤택한 노년이 저물어 가는 때에 나를 데리고 간다. 죽음에 나를 맡기는 것 같다. 바닷물이 모래사장을 부드럽게 스치며 모래를 데려가듯이 생명을 부드럽게 데려가는 느낌, 특별할 것도 없고 비장할 것도 없이 아무렇지도 않게 스윽 끌고 가는 썰물과 밀물의 조화 같은 느낌으로 살다가 어느 날 죽고 싶다. 
 
 
사는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215-216 페이지. 
그리고 저희는 분수도 모르고, 법도도 모르는 퀴클롭스들의 땅에
다다른 겁니다. 그들은 죽음을 모르는 신들에게 맡겨놓고서는
손으로 뭔가를 심지도 않고, 밭을 갈지도 않습니다. 
 
235페이지. 
저희는 속이 빈 배에서 퀴클롭스의 양들을 
들고 내린 다음 나누었습니다. 아무도 동등한 몫을 받지 못하고
무시당한 채 가지 않도록 말이지요. 
 
오뒷세이아에서 전하는 인간의 도리는 분수를 알고 법도를 지키며 자기 손으로 노동하여 양식을 구하고, 상대를 평등히 대하는 것이다. 
완벽한 인간을 찾는 여정에서, 완벽한 인간은 분수에 맞게 살다가 부드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완벽한 삶은 죽음의 순간에 완성되는가? 분수에 맞게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완벽한 인간을 찾는 여정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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