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는 힘없는 자들끼리 주고받는 것인가?

<오뒷세이아(9~12권)> - 호메로스 독후감

봉천동 조지오웰 프로필 봉천동 조지오웰
2026-08-22 00:14
전체공개
9권 ~ 12권에 담긴 험난한 귀향길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일리오스 (출발) -> 아스마로스 -> 로토스 열매를 먹는 이들의 땅 -> 퀴클롭스의 땅 -> 아이올리아섬 -> 아이올리아섬 2 -> 텔레퓔로스 -> 아이아이아 -> 하데스 땅 -> 아이아이아 2 -> 세이렌,스퀼라,카륍디스 -> 트리나키아 -> 카륍디스 2'

위 여정 속 환대를 들여다보니 어떤 양상이 보였다. 비교적 힘없는 자들이 환대를 바라고, 베푼다는 것이다. 

오뒷세우스 일행이 가장 힘 있던 순간, 전쟁 승리에 도취해 가장 두려움 모르던 때에 '아스마로스'에 도착했다. 그들은 환대를 구한 게 아니라 도시를 함락하고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아내와 수많은 재물을 약탈했다. 힘이 있었기에 환대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다 키코네스인들의 역습을 받고 동료들이 죽어나가 세력이 약해진 상태로 도망친다. 이후부터는 환대를 구하는 쪽으로 태세를 전환한다.

첫 만남에 환대를 받았던 곳은 어딘가? '아이올리아섬', '로토스 열매를 먹는 이들의 땅' 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귀향길에 만나는 존재중 '보통의 인간'에 가깝다는 것이다. '신'도 '괴물'도 아니기에 신을 두려워하며, '손님이 신일 수 있다'는 영향 아래 놓인다. 그래서 폭풍에 실려 다시 돌아온 오뒷세우스를 신들의 증오를 산 자라고 재빨리 떠나보낸다. 그들은 신의 영향력 아래서 손님을 환대 혹은 적대 한다. 

환대를 기대했지만, 호된 박대를 당했던 곳은 어디인가? '퀴클롭스의 땅', 거인이 사는 '텔레퓔로스', 여신 키르케가 사는 '아이아이아' 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그 자신이 죽음을 모르는 '신'이거나, 힘센 '괴물'이라 '신'에게 코웃음 치는 경우다. 폴뤼페모스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퀴클롭스들은 아이기스를 지닌 제우스 따위, 복된 신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우리가 훨씬 더 강렬하니까" 그들에겐 '손님이 신일 수 있다'는 두려움이 통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환대를 베풀 이유가 있는가? 손님을 '돼지'로 만들어 욕구를 채우거나, 잡아먹는다. 그게 그들에게 더 득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신일 수 있다' 거나 '이방인을 보호하는 제우스'라는 전제로, 인간 사이에 '크세니아'라는 법도가 생겨난 것은 정말 훌륭하다. 그 시대에는 '인간'은 '신'보다 약한 존재이므로, 인간 누구도 그 법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호메로스의 세계에서 힘없는 종족들 간에 기대하고 베푸는 것이 환대가 아닌가? 

만약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두려움마저 없다면 조건 없는 환대를 베풀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사람일 수 있을까?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면>책과 나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고 그 자체로 환대할 이유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환대해야하는 '크세니아'에 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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