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까이 주위의 풍경에 마음을 기울여보자

<월든 (10장~)> - 헨리 데이비드 소로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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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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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주하는 아침 풍경임에도 날마다 새롭게 보이는 것은, 그날의 날씨 영향도 있겠지만 나의 마음가짐에 따른 차이이기도 할 것이다. 출근길에 핸드폰에 마음을 빼앗겨 거북목이 되기보다, 함께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눈을 돌려본다.
소로의 '월든' 속 삶을 그대로 닮을 수는 없지만, 바삐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그동안 스쳐 지나쳤던 주변 자연의 신비로움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직장인에게 점심 한 시간은 참으로 소중하다. 20분간의 식사를 마치면 팀원들과 커피를 마시거나 산책을 한다. 오전 내내 의자에 앉아 있어 다리에 피가 쏠려 묵직해진 기분을 털어내려 의식적으로 걷곤 한다.
이번에는 평소와 조금 달랐다. 독서 모임의 숙제를 하는 기분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싶었다. 실천 첫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사무실 뒤 우면산에 올랐다. 오르는 길목에는 사무실 옆을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는 목련 나무가 보였다. 아직은 입을 꾹 다문 봉우리 상태다. 활짝 핀 목련도 좋지만 지금의 모습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개나리 역시 꽃을 피우기 전이라 잎을 겹겹이 감싸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터뜨릴 듯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바쁜 업무와 일상 속에서도 주변의 '작은 우주'를 발견하는 감각이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내일은 저 봉우리들이 얼마나 더 부풀어 올랐을까. 그 미세한 변화를 지켜보는 즐거움이 당분간 일상의 큰 활력이 될 것만 같았다.
'소우주'
우면산 길에서 만난 개나리는 꽃봉우리를 겹겹이 쌓아 다물고 있었지만, 언제든 피어날 준비가 된 자세였다. 내가 걸어가는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이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경외감이 들었다. 개나리든 벚꽃이든, 혹은 이름 모를 식물들이든 각자의 소우주에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문득 '나는 지금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다음 날에도 같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어제와는 또 달랐다. 어제 본 개나리는 좀 더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겹겹이 쌓여있던 꽃잎들이 살짝 펼쳐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었음에도 어제와 사뭇 다른 그 모습에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며 숙연해졌다. 나의 걸음은 더디기만 한데, 자연은 나의 속도와 상관없이 부지런히 움직인다. 자연은 서두르지 않으면서도 모든 것을 이룬다. 내일 다시 만날 개나리는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펼쳐져 있을 것이다. 그 한 뼘의 변화를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준 소로에게 감사해야겠다.
갑자기 쏟아지는 업무 탓에 한동안 소로의 삶을 연습하지 못했다. 내가 보아왔던 식물들이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조급함에 점심도 거른 채 산으로 향했다. 아, 그 며칠 사이 내가 보아온 이전의 소우주들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느새 개나리는 만개했고, 주변 나무들도 새싹을 틔워내고 있었다. 내가 업무에 마음을 빼앗긴 사이에도 자연은 제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내가 보지 못한 그 순간에도 식물들은 치열하게 안간힘을 쓰며 계절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 위대함에 감히 내가 한 일들을 비교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나는 나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 자연의 속도가 있듯 나에게도 나의 속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속도 안에서 '나'라는 본질을 잊지 않아야 하는데, 자주 잊고 만다. 오늘도 다시 한번 나 자신을 돌아보며, 그 소중한 본질을 놓치지 않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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