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발견
독후감을 읽다 보면
책 읽기 모임을 하다 보면 함께 읽은 책보다, 읽고 난 사람들이 제각기 써 내는 예상 밖의 감상문들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다. 군더더기 없이 매끈한 글쟁이(요즘 AI 작문기가 이렇지 않나?)의 글보다, 마지못한 듯 시작해서 꾸역꾸역 이어가다 허둥대다 비틀대다 그러면서도 반짝반짝 제 빛을 발하며 쓰러지거나 자빠지지 않고 기어이 제 걸음...
말과 글, 생각과 삶
말은 소통의 도구다. 생각의 도구이기도 하다. 소통이란 생각(좀 더 정확히는 의사)을 주고받는 일이기 때문이다. 삶을 이어가는 이상 생각은 피할 수 없다. 삶을 이어갈지 여부도, 왜 이어가야 하는지도 생각을 해야 (잠정적으로라도) 답을 할 수 있다. 그러니 생각은 살아가는 한 피할 수 없다. 생각하지 않는 삶은 맹목이 된다. 되는 대로 살거나 마구 살...
왜 쓰는가
강요된 속도와 변화에 맞선 항의의 기록이자 저항의 행위로 나는 쓴다. 글은 멈춤이면서 불변을 향한 불굴의 노력이자 다짐이다. 익명을 가장한 저 무도한 집단의 횡포를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오늘 읽은 기사의 요지: AI의 영향력이 글쓰기뿐 아니라 사람들의 말과 상호작용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챗GPT로 인해 우리 말과 소통 방식에 일어나는 미...
휘고 꺾인 나무를 보며 (ver. 0.5)
숲의 나무는 같은 게 없다. 정말이지 다 다르다. 가만히 살펴보면 우리가 그림에서 보거나 흔히 머릿속에 떠올리는 나무는 거의 없다. 우선 반듯하지 않다. 거의가 굽어 있고 휘어 있다. 그 굽어짐이나 휨의 방향이 종잡을 수 없다. 어떤 나무는 위가 아니라 비스듬히 옆으로 자라고, 어떤 나무는 가지가 직각에 가깝도록 꺾여 자라는 것도 있다. 대체 왜 그...
대화의 깊이란 게 뭔가요
할 수 있으면서 더 잘할 수 있는데 넘겨줘 버리고 의지하다 보면 할 수 있는 것도 제대로 못 하게 되고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곤 의지하는 것밖에 없게 된다. 서로 그럴 기회도 의지도 사라지면서 빠르게 잃어가는 것이 다른 사람과 깊이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다. 다들 스크린과 마주하는 시간은 길어져 가는데 사람과의 말수는 짧고 얕고 희박해져 간다. ...
첫 대련 후에 알게 된 것들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아침 일찍 검도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호구(보호구)가 도착한 날이다. 검도는 호구를 쓰기 전엔 혼자 타격대를 치면서 연습하고, 호구를 쓴 뒤에는 상대와 공격과 방어를 차례로 주고받는 대련을 통해 수련한다. 그동안 다른 사범님들의 치열한 대련을 보며 언젠가 나도 대련을 하겠구나 동경해 왔지만, 실제로 호구를 입고 대련을 할 생각을...
보랏빛 머리
"머리색이 또 바뀌셨네요?" "아, 그렇게 됐어요. 이번 샴푸 색이 특이해서..." "저는 염색하신 줄 알았는데요..." "아유, 염색한 게 아니라... 저는 눈이 안 좋아서 염색을 못해요. 친구가 샴푸를 권해줘서 그걸로 감아봤는데 이렇게 색이 나왔네요." 하얗게 센 머리 양쪽이 밝은 보랏빛으로 은은하게 물들어 있다. 보기에 나쁘지 않다. 지난번에는 ...
행선지가 같은 사람들
최근에 생긴 독서 모임은 이름이 동그라미다. 좋은 것은 동그란 원처럼 순환한다. 주면 반드시 돌아온다. 책 '선물'의 모토다. 횟수로는 다섯 번째, 단위로는 세 번째 첫 모임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는 중에 누군가가 공주에 다녀온 이야기를 했다. 거기서 북클럽 오리진 회원을 만났다고 했다. 듣고 보니 1주년을 맞은 공주의 틈싹 이야기였다. 공주에...